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수익 악화에 발목이 잡혔던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은 13일 필리핀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자산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월 8일 필리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수빅조선소에 대한 필리핀 현지 금융 보증채무 4억1,000만 달러가 반영되면서다.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한진중공업 주식은 공시 시점부터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2018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4월 1일까지 자본 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진중공업이 2006년 필리핀 수빅 만에 건립한 수빅조선소는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대 조선소로 꼽혔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2016년 1,820억원에 이어 2017년 2,335억원, 지난해는 3분기까지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 3년간 적자를 이어갔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같은 기간 각각 493억원, 866억원,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회생 노력을 벌였으나 결국 수빅조선소의 적자 누적에 발목이 잡혀 본사의 재무 건전성까지 악화된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조만간 자본확충 방안 등 사업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현지 은행과의 채무조정 협상에 따라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이 필리핀 은행들과 수빅조선소 출자전환에 참여하고 감자과정을 거치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년 이내의 개선 기간을 거쳐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주식 거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확충 계획에 따라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가진 한진중공업 경영권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1월 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면서 영도조선소는 방위산업에 특화하고, 건설 부문은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 손실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하다 보니 자본잠식이 발생했지만, 국내 영도조선소는 생산 공정과 영업활동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채권단과 긴밀히 협조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하면 자본잠식이 해소되고 한달 안에 주식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빅 리스크가 해소되면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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