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주시 ‘나 하나 너 하나’ 운동
“우리 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한다는 심정으로 시작했어요. 지난해 추석 우리 아이 돌을 맞아 아이 이름으로 쌀 나눔운동에 참여했는데 이번 설에 또 하게 되네요. 우리의 작은 나눔이 온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불씨가 됐으면 해요.”
경북 영주시 가흥1동 주민센터가 펼치는 ‘나 하나 너 하나’ 쌀 나눔 운동이 지역 나눔문화 확산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관 주도로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이젠 시민들이 앞장서는 자발적 기부운동으로 정착했다. 새로운 지역 나눔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나 하나 너 하나 캠페인은 2017년 추석을 앞두고 가흥1동 행정복지센터가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지역 소외계층 주민들이 명절 때만이라도 묵은 정부양곡 대신 햅쌀로 지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쌀 나누기는 명절을 앞두고 행정복지센터에 3㎏들이 쌀을 쌓아 두면 주민들이 2포대를 구입, 한 포대는 가져가고 나머지는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형식이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안정농협과 협약, 3㎏짜리 햅쌀만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센터 측은 “추석이나 설 전 많은 날에는 하루 300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해 길게 줄지어 설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2017년 추석부터 최근까지 팔린 3㎏들이 나눔용 쌀은 6,929포대에 이른다. 어떤 어린이는 돼지 저금통을 깨 한 포대는 어머니께, 다른 한 포대는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태권도학원, 사회단체 등의 참여도 잇따랐다.
주민들이 기탁한 햅쌀은 지역 소외계층에 전달된다. 주민들이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도 있고 전달해 줄 것을 지정해도 된다. 특별히 지정하지 않으면 행정복지센터가 관내 사회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에 전달한다.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는 김석호(43)씨도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원아들과 함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쌀을 기부했다. 김 씨는 “기부는 부자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것에서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원아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운동으로 몸을 수련하는데 이어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와 실천의 기쁨을 알려주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 더욱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명절용 햅쌀을 구입하면서 나눔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나눔운동은 범시민 참여 캠페인으로 확산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일일이 말하긴 어렵지만 센터에 따로 알리지 않고 드러나지 않게 나눔 운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부쩍 는 것 같다”며 “더불어 사는 따뜻한 동네를 만들고,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나누면서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쌀 나눔운동이 예상외로 반향을 일으키자 가흥1동 행정복지센터는 평소에도 쌀 나눔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센터 입구에 80㎏ 들이 쌀통을 비치했다. 여기에는 유치원 어린이에서부터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방문해 쌀을 넣는다. 그러면 독거노인 등이 한 바가지씩 퍼 간다. 한 달에 100명 정도가 쌀을 가져 오거나 가져간다
가흥1동 행정복지센터는 이 캠페인 외에도 전 직원이 장애 민원인 응대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수시로 연습하는 등 민원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민원인을 맞이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임태진(59) 가흥1동 동장은 “좋은 일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한 사람의 행동이 열 사람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나눔이 일상화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주=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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