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 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발언이어서 당혹감이 크다.
이번에 체결한 협정의 시한을 미국 요청을 수용해 1년으로 할 때부터 분담금 추가 인상 요구는 우려됐던 터다. 협정이 발효되자마자 상반기에 내년분 방위비 협상에 돌입하는 일정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매년 분담금 인상 폭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게 더 곤혹스럽다. 세계 각국과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거쳐 마련될 새 원칙으로 협상하기 위해서라는 게 미국측 설명이지만 어떤 경우든 동맹국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미국의 ‘막무가내식’ 협상 방식에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내는 분담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걸핏하면 ‘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며 증액을 압박했다.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 해도 오랜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은 필요한 법이다. 미국의 과도한 압박은 동맹 간 신뢰 훼손은 물론 자칫 반미 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도 정부에 대해 ‘외교 실패’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로서도 마냥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청와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추가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비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할 말은 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에 철저한 준비와 논리로 외교 역량을 갖춰 대응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협상에서 분담금이 787억원 인상됐는데도 5억달러(약 5,627억원)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부인했지만 더 명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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