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10여년 넘게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등 행정체제 개편에 나섰지만 첫 관문인 제주도의회의 문턱조차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도의회는 이달 중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처리키로 했지만, 예정대로 처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제367회 임시회에서 도가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심의했지만 의원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논란 끝에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후 도의회 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지난달 17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에 대해 2월 임시회에서 반드시 처리키로 합의했다. 해당 동의안은 전체 도의원 43명 중 3분의 2이상인 29명(67%)이 동의를 해야 통과할 수 있다. 결국 행정시장 직선제 통과 여부는 29명의 도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제369회 임시회가 시작되는 오는 19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의원 총회에서는 동의안에 대해 당론으로 공식 입장을 확정할지, 아니면 의원들마다 입장이 다른 만큼 의결권을 존중해 개별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도의원들은 직선제로 행정시장을 선출하더라도 예산권과 인사권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부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의원간 입장차가 커 의원총회에서 동의안 처리 입장을 확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서 제주지역은 2006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존 제주시ㆍ서귀포시ㆍ북제주군ㆍ남제주군 등 4개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제주시ㆍ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행정시장 권한 한계로 생활민원처리 지연,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해 행정체제개편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도는 2017년 1월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를 구성해 행정체제개편안을 논의했고, 같은해 8월 행개위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행정시장 직선제와 시장 후보자 정당 공천 배제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도는 개헌 논의와 정부의 지방분권 일정이 마련될 때까지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1년 넘게 보류해오다, 지난해 12월 6일 행개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고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오는 27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상정되는 것도 가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또 도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이후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행정체제 개편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행정체제개편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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