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과 장차관에 대한 복무 점검 등을 여전히 ‘정보경찰’에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치안정보와는 관련이 없는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 제안’ 등과 같은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청와대가 경찰에 불법 사찰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는 행태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작성된 경찰청의 ‘정보2과 업무보고’ 문건에 정보2과장 산하 정보1계의 주요 업무로 ‘인사검증’(복무 점검), ‘공공기관 등 복무 참고자료’ 등이 명시돼 있다. 정보2과는 업무보고에서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가 폐지돼 경찰청이 사실상 ‘유일한 검증기관’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BH(청와대)에서도 양적ㆍ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검증 대상자 명단을 팩스로 내려 보냈고, 총 4,312건의 인사검증이 이뤄졌다고 돼 있다. 장차관 등에 대한 복무 점검도 했다. 정보2과는 “청와대로부터 공공기관장ㆍ감사 등에 대한 복무 점검을 의뢰받아 4차례에 걸쳐 285건을 완료했고, 2018년 상반기 장차관 75명에 대한 복무 점검이 하달돼 보고가 완료됐다”고 적었다.
경찰의 이런 행태는 ‘치안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라는 경찰법상의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금지 이후 청와대가 기댈 수 있는 곳이 경찰밖에는 없긴 하지만 구체적 통제장치가 없을 경우 인사검증 명목으로 세평(世評) 수집을 하는 등 일탈의 소지가 많다.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는 정보경찰 축소를 전제로 신원조사 및 기록관리는 협의를 통해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로 단계적으로 이관을 추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고 업무 이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권력기관 개혁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권력기관 개혁 보고회’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한 만큼,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나 업무 이관 문제도 명쾌하게 정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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