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기능 하는 애플리케이션 ‘아브셔’
여성 이동 등 정보 ‘남성 보호자’에 곧바로 전달 논란
‘여성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엔 남편 전용 ‘아내 감시’ 애플리케이션(엡) 출시로 시끄럽다. 사우디 10대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가 남성 보호자 법에 시달리다 캐나다로 망명이 허가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사우디 내에 뿌리깊은 여성 차별 문화가 IT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아브셔’는 사우디 내무부가 제공하는 전자정부 포털 기능을 하는 앱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출생신고와 자동차 등록, 여권 발급 등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앱에는 여성에게 치명적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사우디 특유의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아직도 ‘남성 보호자’ 허락 없이는 여성 혼자 여행하는 게 불법이다. 이 제한은 여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과 취업, 심지어 의료까지 모든 결정과 행동은 남성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아브셔를 이용하는 순간, 사우디 여성들은 ‘족쇄’를 차게 된다. 남성 보호자들은 여성의 출입국은 물론 방문할 수 있는 지역과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브셔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벌써 100만번 이상 다운로드 됐다. 심지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설명란에는 “아브셔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게끔 디자인 됐다”며 “광범위하게 가족과 직장 동료의 개인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우디 내무부는 아브셔 이용자 수가 1,100만명에 이른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이런 앱을 버젓이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게 한 구글과 애플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지난 주 “여성에게 해로우며 인권에도 좋지 않은 앱을 업로드 할 수 있게 한 구글과 애플에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인터네셔널도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며 “사우디는 사회적ㆍ경제적 개혁보다 인권이라는 본질적 가지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도 “여성에 대한 혐오스러울 정도의 감시와 통제”라고 주장했다.
애덤 쿠글 휴먼라이트워치 중동 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정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에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며 “사우디가 남성 보호자 법과 이 앱을 과연 고칠 수 있는지 조사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론 와이든(민주ㆍ오리건) 미국 상원의원도 공개적으로 구글과 애플에 편지를 보내 아브셔를 앱스토어에서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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