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양반 문화의 꽃 ‘사랑방’의 현대적 부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양반 문화의 꽃 ‘사랑방’의 현대적 부활

입력
2019.02.13 17:26
수정
2019.02.13 21:56
23면
0 0
조선시대 사랑방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랑방, 그 안에 머무는 것들’ 전시 전경. 예올 제공
조선시대 사랑방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랑방, 그 안에 머무는 것들’ 전시 전경. 예올 제공

“조선시대 양반들이 공부하고 수양하고 교류하면서 자신을 완성한 공간인 사랑방이 현대에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통의 현대화가 특기인 양태오 디자이너가 이번엔 조선시대 사랑방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14일 서울 종로 가회동 예올에서 열리는 ‘사랑방, 그 안에 머무는 것들’ 전시에서다. 12일 만난 양 디자이너는 “사랑방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기능을 상실해 사라진 공간”이라며 “사랑방에 깃든 선비정신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간결한 소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입식 의자. 예올 제공
간결한 소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입식 의자. 예올 제공

한옥처럼 꾸민 전시장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한편에 놓인 의자를 보자. 좌식이 아닌 입식 의자이되, 의자 다리를 소반 다리처럼 만들었다. 책상도 서안(사랑방에서 쓴 낮은 책상)과 연상(문방 용품을 담은 서랍장)의 요소를 결합해 만들었다. ‘기능’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풍스러운 외양에 콘센트 단자를 숨겨 뒀다.

밤늦게까지 사랑방을 밝힌 건 촛불이었다. 촛대에 청동 반사판을 설치해 빛을 은은하게 바꾸었다. 양 디자이너는 초는 램프로, 청동 반사판은 유리로 바꾸었다. 유리를 통과해 나오는 부드러운 빛이 사랑방처럼 푸근하다. 옛 편지꽂이인 고비는 거울과 받침대를 달아 벽걸이 수납함으로 바꾸었다. 양 디자이너는 “고가구와 전통 소품들은 뽐낼 수 있지만 뽐내지 않는 겸손한 선비 같다”면서 “화려하고 빠른 현대를 살면서 사랑방에 밴 선비 정신을 상기해 보는 기회를 만들려고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선비 정신은 그러나 여성을 배척한다. 가부장제의 정점에 있었던 선비는 여성을 차별했으며, 사랑방은 오직 남성들의 공간이었다. 전시장에 조선시대 여성 시인 이옥봉이 시 ‘몽혼’을 나지막이 읊는 영상을 튼 것은 사랑방에서 배제된 존재인 여성을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시는 3월14일까지다.

편지꽂이였던 고비를 양초, 꽃병, 안경, 열쇠, 거울 등 각종 소품 수납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김영재씨 제공
편지꽂이였던 고비를 양초, 꽃병, 안경, 열쇠, 거울 등 각종 소품 수납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김영재씨 제공
전통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양태오 디자이너가 12일 서울 가회동 예올에서 사랑방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재씨 제공
전통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양태오 디자이너가 12일 서울 가회동 예올에서 사랑방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재씨 제공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