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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000만원이면 멸종위기 동물 사냥... “사냥이 동물 보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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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000만원이면 멸종위기 동물 사냥... “사냥이 동물 보호라고?”

입력
2019.02.13 11:36
수정
2019.0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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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마코르 염소를 사냥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브라이언 킨셀 할란. 유튜브 캡처
파키스탄에서 마코르 염소를 사냥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브라이언 킨셀 할란. 유튜브 캡처

‘1억 2,000만원을 내면 멸종위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다?’ 최근 파키스탄 히말라야 지역에서 찍힌 거대한 ‘마코르 염소’ 사진이 합법적인 동물 사냥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진의 주인공인 ‘전리품 사냥꾼’ 브라이언 킨셀 할란은 최근 11만달러(약 1억2,000만원)을 지불하고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주에서 마코르 염소 한 마리를 사냥했다. 그는 사냥을 한 뒤 현지 가이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가까이서 쉽게 쐈다. 이 전리품을 가져가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죽은 마코르 염소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할란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파키스탄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일부 파키스탄인들은 “마코르 염소 사냥이 왜 불법이 아니냐”고 따졌고, 어떤 이들은 “외국 관광객들은 염소와 사진을 찍어야지 총을 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대 1m 50㎝까지 자라는 웅장한 뿔 때문에 사냥꾼들의 주요 타깃인 마코르 염소는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거금을 지불한 뒤 합법적으로 마코르 염소를 사냥하는 행위는 ‘동물 보호’의 일환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마코르 염소의 개체 수는 현지인들의 무분별한 밀렵 탓에 수십 년 간 꾸준히 감소해 왔다. 이에 당국과 동물보호 단체들은 현지인들의 사냥을 원천 금지하는 대신, 소수 외국인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한 시즌에 12마리씩 사냥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외국인 사냥꾼이 지불하는 돈의 80%는 ‘염소를 사냥하지 않는 대가’로 현지인들에게 돌아간다.

이 정책은 효과를 봤다. 2011년 2,500마리에 불과했던 마코르 염소의 개체 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2015년 마코르 염소를 ‘멸종 위기종’에서 ‘위기 근접종’으로 상향 조정했다. 환경보호전문사이트 그린글로벌트래블은 마코르 염소의 개체 수 증가를 “위대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존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이 항상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WP는 “일부 국가에선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도 사냥 규제에 실패했다. 호주의 태즈매니아 호랑이는 푸짐한 포상금 탓에 멸종으로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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