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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화문앞 공간 재구성 고려할 것들

입력
2019.02.1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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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2009년 조성된 현재 광화문앞 공간에 대하여 불편과 불만을 이야기해 왔다. 이제 10년이 되어 간다. 불편과 불만을 안고 살지, 아니면 무언가 재구성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얼마 전 발표된 광화문광장 당선작은 재구성하는 쪽에 서 있다. 이 공간의 도시계획을 살펴보는 것이 공간재구성의 필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한양도성 도시계획 처음부터 궁궐과 그 앞의 조정(朝廷)은 일체로서 계획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도성내부 중요시설 배치는 ‘좌묘우사 전조후시(左廟右社 前朝後市)’라는 주례 고공기(考工記) 도시계획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 여기서 중심은 궁궐(경복궁)이며 좌측에 종묘, 우측에 사직단이 배치되고 궁궐 앞에 육조가 배치되었다. 다만 시장은 지형적 여건으로 궁궐후면이 아니라 종로에 배치되었다. 궁궐(왕)과 조정(신하)의 관계가 밀접하고 중요한 것을 도시계획원칙에 따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광화문앞 공간은 도성계획의 역사적 의미를 짐작하고 알기 매우 어렵다. 월대와 해태상이 옹색하게 배치된 것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궁궐과 육조의 공간적 관계가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의정부터의 발굴과 함께 궁궐-육조의 관계를 현장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공간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 광화문광장으로 불리는 곳은 섬처럼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곳으로 좌우 시가지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도로명 주소체계에서도 주소명으로 사용되지 않는 주변 시가지건물과 동떨어진 곳이다. 광장은 평면적인 구획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는 건물들과 입체적 관계를 통해 더 풍부한 도시공간적 의미를 획득한다. 건물저층부의 전면으로부터 광장으로 자연스러운 공간이용의 변화와 기능적 시각적 연결이나, 적절한 높이의 건물이 둘러싸며 광장안 사람들을 보호하는 느낌을 주는 것 등이다. 이를 위해 도로폭 축소나 위치변경 등 차량교통의 변화가 필요하고, 광장에 면하는 건물 저층부를 보행친화 용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같이 남북으로 역사적 관계와 동서로 현대시가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광화문앞 공간의 자리매김에 기본요건이다.

셋째, 광장내부 구성에서 역사적 측면과 현대적 요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광장으로부터 광화문(경복궁)과 그 뒤 백악마루와 북한산 보현봉 및 하늘로의 시각적 연결의 보호가 중요하다. 이는 왕권시대 왕의 권위가 백두대간을 통하여 경복궁에 이름을 암시하는 장치이며 광장에서 볼 때 왕의 권위가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치는 광화문권역을 넘어 도시전체에 강력한 도시축을 형성하게 하였다. 이런 시각적 연결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광장내 동상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고려가 대두된다. 또한 광장이 조선시대 역사공간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면이다. 근현대기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근대화 민주화를 위한 사건의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한국이 세계에서 산업화의 후발국가나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룬 유일한 나라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 광장공간을 가능한 비우는 것이다. 비움을 통하여 역사적 조망과 도시의 중심축을 보호하고 다양한 현대의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화문앞 공간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구상에서 광화문앞은 역사광장, 그 남쪽은 시민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광화문에서 세종로네거리까지 육조거리 공간은 남북으로 하나의 일체화된 공간이기에 그 방향성이 매우 분명하여 도시의(또는 나라의) 중심축으로서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 특성은 미래구상에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담보하는 중요한 방법중 하나가 광화문 앞 전체공간이 하나의 이름을 가지는 것이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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