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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더 레코드] 허들여제 정혜림 “코 앞에 13초 벽, 이제 곧 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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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더 레코드] 허들여제 정혜림 “코 앞에 13초 벽, 이제 곧 넘겠죠”

입력
2019.02.14 07:00
수정
2019.02.14 07:5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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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32) 선수. 이승엽 기자
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32) 선수. 이승엽 기자

한국 육상의 간판 정혜림(32ㆍ광주시청)이 한국신기록에 도전해온 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 10년간 국내 여자 허들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그지만 대표팀 선배 이연경(38ㆍ은퇴)이 2010년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여자 허들 100m 13초00의 벽을 매번 넘지 못했다.

깨질 듯 깨지지 않는 한국기록에 아쉬울 만도 하지만 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정혜림의 얼굴은 밝았다. 설 연휴에도 동계 체력훈련에만 매진해온 정혜림은 “연경 선배의 기록을 아쉽게 깨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 생활을 더 오래하라는 하늘의 뜻 같다”며 웃었다.

정혜림은 지난해 평생 숙원이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그쳤던 한풀이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한 것이다. 13초 2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육상 불모지인 한국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선물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은퇴를 고민했던 정혜림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직 넘지 못한 한국기록 때문이었다. 정혜림이 “준비도, 기대도 많이 했던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너무 속상해서 가족들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면, 지난해는 너무 기뻤지만 12초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혜림의 현재까지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6월 고성통일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에서 세운 13초04이다. 2016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남부메모리얼 육상경기대회 예선과 결선에서 각각 12초86과 12초91의 한국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너무 강한 뒷바람이 문제였다. 바람이 초속 2m를 넘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 정혜림은 “경기 특성상 환경요인이나 당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한국기록과 단 0.04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어려운 목표라면 후련하게 떠났겠지만 이대로 마감하기엔 내 자신이 허락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육상 선수로서 황혼기라는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올해 기록 경신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6년 이후 꾸준히 13초1대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정혜림은 “어릴 때는 내 현재 컨디션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려고 뛰다 보니 기록이 일정치가 않았다”며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져 체력 관리나 경기 운영 노하우도 생겼고, 큰 경기에서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기록 경신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정혜림은 “악착 같이 운동했던 20대 초반과 비교해 요즘엔 운동을 즐기고 있다”며 “그러니까 기록도 다시 좋아지고 한국기록은 무조건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고 답했다. 이어 “아무래도 성숙해진 것 아닐까.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알게 되면서 훈련 방식도 나에게 맞추고 있다”며 “체중 조절이 크게 필요한 종목은 아니지만 경기 전날 치킨이나 피자를 먹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32) 선수. 이승엽 기자
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32) 선수. 이승엽 기자

정혜림은 올해 기록 달성을 위해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소속팀 광주시청도 신기록 달성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정혜림은 “이전에 있던 팀에서는 개인기록보다는 성적이나 메달을 더 중요시했지만 현 소속팀에서는 개인 기록을 위해서 해외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해 4월 아시아육상선수권을 시작으로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그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여자 허들 100m의 세계기록은 미국의 켄드라 해리슨(26)이 세운 12초20, 아시아기록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카자흐스탄의 올가 시시기나(51)가 세운 12초44다.

정혜림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뛰며 경쟁하긴 하지만 결국 나와 84㎝ 높이 허들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넘어온 허들처럼 꼭 한국기록도 넘겠다”는 마지막 포부를 전했다.

진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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