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대표 후보 인터뷰]
“박근혜 프레임 갇힌 황교안ㆍ김진태 둘의 경쟁 보고 있을 수 없어 출마”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진태 의원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필패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날짜가 겹치는 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를 2주 연기하지 않으면 불출마하겠다던 결의를 이틀 만에 번복하고 12일 출마로 급선회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프레임에 갇힌 두 후보가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황교안ㆍ김진태 수도권 참패론’이 이번 선거에서 제가 잡은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로 인한 박심(朴心)ㆍ배박(背朴) 논란에, 골수 친박으로 불리는 김 의원은 5ㆍ18민주화운동 폄훼 비난에 직면해있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그는 “당의 과거 퇴행을 막고 보수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선거전 복귀 포부를 밝혔다. 황 전 총리의 우세가 점쳐지는 이번 전대는 두 번의 총선(16대 서울 강남을ㆍ20대 종로)과 지방선거(2006년ㆍ2010년 서울시장선거)를 각각 치른 그가 유일하게 선두주자가 아닌 상태에서 출발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_입장을 쉽게 바꾼다는 지적에도 보이콧을 철회하고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황 전 총리, 김 의원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면 필패한다. 오세훈 간판을 가지고도 쉽지 않은 총선인데 황 전 총리와 김 의원 간판으로 수도권에서 중도표를 가져올 수 있을까. 강성보수 이미지로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두 후보가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나왔다. 최근 우경화 논란을 부른 5ㆍ18 폄훼 파문도 같이 연결된다.”
_지난 7일 출마선언 때도 ‘친박정당’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황 전 총리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런 브랜드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 65석인 영남 지역에서 이길 수 있어도 122석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국에서 다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_보이콧에 동참했다 불출마한 나머지 주자들은 오 전 시장을 지지하기로 한 건가. 홍준표 전 대표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건 ‘이제 함께 해달라’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다. 홍 전 대표가 도와준다고 해도 선거에 그렇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지 실제 표 이동은 쉽지 않다. 홍 전 대표 지지자들도 강성보수가 대부분이다. 저 같은 개혁보수나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분들이 홍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보지 않는다.”
_‘이회창 대선후보 차남 병역 트라우마’ 때문인지 황 전 총리 병역문제가 계속 논란이다.
“나는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황 전 총리의 병역 미필 논란이)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당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병역 문제로 공격하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수도권 총선에서 도움이 되는 인물이 누구인가’라는 메시지로 승부할 것이다.”
_“문재인 대통령이 5년 임기도 못 채울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정확한 표현은 ‘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못 채울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가’였다. 좀 와전된 측면이 있다. 김태우 전 수사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와, 손혜원 의원 파문, 문 대통령 딸 해외이주와 드루킹 여론조작과 관련된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을 보면, 과연 이 정권이 끝까지 사법적 심판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말한 거다.”
_현 정권에 대한 경고인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탄핵도 했는데 자신들은 이런 부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다.”
_출마선언문에서 ‘모든 보수우파를 아울러야 한다’고 했다. 당밖에 있는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복당시킬 건가.
“그분들도 노력해야 하고, 우리도 ‘보수분열은 필패’라는 생각으로 그분들을 아우를 수 있는 인내심을 지금부터 가져야 한다.”
_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부대도 아우를 수 있나.
“태극기부대 중에는 무조건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보이는 분들도 있지만 현 정부의 불통과 무능, 부패에 분노해서 참석하는 분들도 다수 있다. 그런 분들도 다 함께 가야 한다.”
_당 안팎에서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제가 지금 꽃길을 걷고 있나. 서울시장직을 내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꽃길인가. 오히려 가시밭길이었다. 제가 (과거에)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최근 당의 요청으로 서울 광진을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이곳은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단 한번도 우리 당 후보가 당선돼 본 적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이 역시 가시밭길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