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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허훈 “1대 1 하면 항상 내가 이겼지!” 양보 없는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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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허훈 “1대 1 하면 항상 내가 이겼지!” 양보 없는 설전

입력
2019.02.13 0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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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대통령 두 아들 첫 맞대결 앞두고 동반 인터뷰 

농구인생 첫 맞대결을 앞둔 프로농구 허웅(오른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농구공에 서로의 사인과 대결 날짜를 적어 들어보이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농구인생 첫 맞대결을 앞둔 프로농구 허웅(오른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농구공에 서로의 사인과 대결 날짜를 적어 들어보이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농구대통령’ 허재(54) 전 농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 허웅(26ㆍDB)-허훈(24ㆍKT)이 13일 농구인생 첫 맞대결을 펼친다. 2년 터울로 똑같이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를 거친 둘은 “어느 형제보다 친하다”고 자부하면서도 다른 유니폼을 입고 벌일 첫 대결을 앞두곤 단단히 선전포고를 했다. 형제간 라이벌 의식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각자의 소속 팀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갈 길 바쁜 상황이라 서로 승리를 향한 절실함이 컸다.

허웅-허훈 형제는 첫 맞대결을 하루 앞둔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본보와 만나 “‘우애 따위’는 접어 두고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다짐하며 입씨름부터 벌였다. 이날 체육관에 먼저 도착한 허훈은 허웅이 들어서자 “(형이) 군대에서 계속 돈을 부쳐달라고 해 빈털터리가 될 뻔 했다”며 형의 ‘생업전선 복귀’를 반겼다. 허웅은 동생의 언중유골 환영인사에 “대학시절 내내 먹여 살린 형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라며 “너 군대가면 두고 보자”고 으름장을 놨다.

첫 맞대결을 앞둔 프로농구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첫 맞대결을 앞둔 프로농구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화제는 이내 둘의 첫 대결 얘기로 흘렀다. 그간 같은 학교를 거친 뒤 차례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허훈이 프로에 입단했을 땐 허웅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상태라 맞대결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지난달 말 전역한 허웅이 소속팀에 복귀하면서 서로 머릿속에 한 번쯤 그려 봤을 ‘만화 같은 맞대결’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실은 생존경쟁이다. 허웅의 DB는 21승22패로 전주 KCC와 공동 6위에 올라있고, 허훈의 KT는 22승20패로 창원 LG와 공동 3위에 있지만 공동 6위 그룹과 승차가 한 경기 반밖에 나지 않아 반드시 승수를 챙겨야 한다. 승수만큼이나 상대전적 우위 확보도 중요한 싸움이다. 경쟁 상대를 순위표 아래로 밀어내며 한 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데다, 최종 승패가 같을 땐 상대전적으로 순위를 가린다. 두 팀은 이번 시즌 2승2패로 팽팽하기에 이날 대결에서 꼭 이겨야 상대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서로를 어떻게 공략할지 묻자 “허훈은 약점이 정말 많은 선수”라는 형의 공격에 “허웅 선수는 신경 쓸 상대가 아니다”라는 동생의 반격이 이어졌다. “과거 1대1 대결은 언제나 내 승리였다”며 ‘같은 장소, 다른 기억’을 읊어대던 둘은 “경기에 보호대를 많이 착용하고 나서려 한다”며 격한 대결까지 예고했다. 농반진반처럼 전한 이들의 격한 대결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양팀 전력의 핵심인 단신 외국인선수들이 나란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두 형제의 팀 내 역할 비중이 더 커진 탓이다. DB의 마커스 포스터(24)가 무릎 내측인대를 다쳤고, KT의 저스틴 덴트몬(34)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허웅은 “단신 용병 중에 최고라고 평가되는 포스터 공백이 걱정되지만, 모든 선수가 한발씩 더 뛰려고 하는데다 팀 조직력이 끈끈해 공백을 잘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달 29일 전역한 허웅은 최근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지난 10일 서울 SK전에서 26점을 몰아 넣으며 ‘사회적응’에 완벽히 성공한 모습이다. 부상 당한 덴트몬과 같은 포지션인 허훈도 “매 경기 결승이란 생각으로 뛰겠다”며 위기 극복 의지를 전했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하는 등 고전했던 허훈은 자신이 출전한 18경기에서 평균 10.7점 4.1어시스트로 활약하면서 KT 돌풍에 힘을 보탰다.

첫 대결을 앞둔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멋진 대결을 다짐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첫 대결을 앞둔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멋진 대결을 다짐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허재 전 감독은 두 아들의 맞대결 현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는 “오시지 말라고도 했지만, 실제 안 오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뚝뚝한 성격 탓에 두 아들과 전화통화조차 거의 없단다. 며칠 전 부친과 통화에 ‘성공’했다는 허훈은 “국제전화 로밍 안내가 흘러서 당황했다”면서 “다치지 않게 뛰라는 짧은 덕담을 받았다”고 했다. 첫 대결로 ‘형제 라이벌’ 시대를 여는 둘은 “KBL 레전드로 남은 아버지만큼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형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둘 다 오랫동안 다치지 않고 꾸준히 코트를 누볐으면 한다”고 했다.

원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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