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전세난’ 현상이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이 피해 방지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세입자는 우선 이사하는 날 곧바로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좋다.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인 ‘대항력’과 경매를 당하더라도 우선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위해서다. 전세 계약을 할 때 등기부등본상 자신보다 선순위인 권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권리가 없어야 경매에서 1순위로 배당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일명 보증금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HUG와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는 전세자금 반환보증은 계약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2년 계약 시 1년 초과 이전)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를 내면 추후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길 때 HUG 등이 대신 보증금을 주고 집주인에게 사후 청구한다. HUG는 보증금 보장한도가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이고 SGI서울보증은 한도 제한이 없다.
다만 보험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HUG의 반환보증 보증료는 연 0.128% 수준으로 만약 3억원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연간 약 40만원을 보증료로 내야 한다. 서울보증은 이 보다는 비싸 50만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소송밖에 없다. 세입자는 우선 계약만료일을 기준으로 빠르면 3개월, 늦어도 1개월 전에는 집주인에게 반드시 계약해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묵시적 계약갱신으로 인정돼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추후 소송 등을 고려한다면 ‘내용증명’을 보내면 된다.
계약기간이 지나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 후 2주 안에 상대방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를 간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해당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내용이 기재돼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데 미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가능하다.
세입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1심 판결 결과로 집을 경매에 넘길 권리가 주어진다. 집주인이 불복해 항소를 하더라도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낙찰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게 형성되면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한다. 향후 집값이 회복할 것으로 보이면 세입자가 직접 낙찰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소송은 진행이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서 “사전에 보증보험 가입 등 전세금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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