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운명을 쥔 노사 협상시한이 앞으로 한 달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르노삼성 측은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이 다음달 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로그 후속물량 배정은 불가능하다”고 12일 밝혔다. 생산준비 일정을 고려할 때 임단협 타결이 더 늦어지면 로그 후속물량 배정을 받기 위한 르노 본사와의 협상 자체가 아예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이 한국GM의 군산공장처럼 폐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올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 연장 또는 후속 모델 배정을 위한 르노 본사와의 협상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됐어야 했다”며 “지금쯤 생산 차종과 대수 등이 구체화됐어야 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노사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의 후속 물량을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돌리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로그의 후속 생산차량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닛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총 22만7,577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로그의 수출물량이 10만7,245대에 달했다. 로그의 후속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 그룹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의 생산성이 하락하자 실제 공장 폐쇄에 나선 전력이 있다”며 “부산공장의 후속 물량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닛산 규슈 공장으로 돌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이날 제14차 임단협 교섭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또 다시 불발로 끝났다.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골자로 한 노조의 요구와 기본급 동결 대신 최대 1,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14~16일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새로 들어선 이후 총파업 예고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노사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달 중순 발표될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부과(최대 25%)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의 주요 타깃이 유럽연합(EU)과 일본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EU와 일본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면제국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대미(對美) 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부산공장의 입지는 르노그룹 내에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공장의 후속 물량을 일본의 닛산 규슈 공장으로 돌리기도 어려워진다. 팽팽하게 대치하던 노사 간 줄다리기가 노조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 그룹이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에 맞춰 미국 현지공장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며 “아직 단정해서 말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