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이 분석한 안희정 2심 판결
비서 성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만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 측 변호인단이 적극 반박에 나섰다.
장윤정 변호사 등 김씨 측 변호인 9명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2심 판결 분석 변호인단 간담회’에 참석해, “성인지 감수성은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와 배척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 같은 원칙들과 함께 발전돼야 하는 성폭력 사건에서의 심리 기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간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차별과 권력 불균형 등을 인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변호인단은 “정책이나 대법원 판례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개념”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법원이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가해자와의 권력관계,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 등을 심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이를 바탕으로 안 전 지사의 항소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대법원이 제시한 성폭력 사건 심리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관점을 유지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2심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에만 초점을 맞췄던 1심과 달리 피고인 진술에 집중해 심리한 점을 들었다. 변호인단은 “1심은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없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반면, 2심은 7시간 동안 피고인 신문을 진행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따졌다”며 “안 전 지사는 2심에서 스스로 말을 바꾸고 검찰 진술을 부정하거나 번복하는 등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2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에 따라 피해자가 사건 이후 피고인이 즐겨 먹는 순두부집을 찾고, 피고인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하는 등의 행위가 피해자답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그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김씨의 행동 또한 문제되는 행동이 아니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성범죄 재판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왜곡된 상에서 탈피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앞으로의 성폭력 관련 재판에서도 이와 같은 심리와 판단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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