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압박에 남양 “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을 11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남양유업 사옥. 남양유업 제공

남양유업이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고배당으로 이익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기보다 사내 유보금을 확보해 기업가치 상승에 활용하는 현재의 저배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했던 국민연금은 이익을 내고도 주주 배당에 인색한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도록 주주권을 행사할 방침인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11일 입장 자료를 통해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지목하고 지난 8일 주요 주주 자격으로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이사회와 별도로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해당 위원회를 통해 남양유업에서 고배당 정책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2015년 국민연금은 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을 지정해 대화를 추진하고 3년이 넘도록 개선하지 않으면 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이 가진 회사 지분이 51.68%에 달한다. 홍 회장 가족과 친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2.17%)까지 합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53.85%다. 남양유업 측은 “국민연금의 요구대로 배당을 확대하면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이 오너 일가에 돌아가게 된다”며 “때문에 고배당 대신 이익을 사내에 유보함으로써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한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의 낮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금 비율)을 문제 삼고 있다. 남양유업의 배당 성향은 2017년 기준 17%로, 상장기업 평균인 33.81%의 절반 수준이라 ‘쥐꼬리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남양유업은 지난 2011년부터 이 액수를 유지해왔다.

일단 남양유업은 오는 3월 말 열릴 주주총회에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홍 회장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상황이라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가결되더라도 배당정책 위원회가 회사 이익의 절반 이상을 오너 일가가 가져가게 될 고배당 정책을 적극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남양유업의 입장 발표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주주제안을 결정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국민연금 내 기금운용본부 실무자들이 판단한 것을 수탁자책임위가 사후 추진했을 뿐”이라고 기금운용본부로 공을 넘겼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배당 정책 개선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며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의 합리적인 배당 정책 수립을 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기본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은 향후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배당 확대 요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개별 기업의 지분 구조나 성장 정책 등을 세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이 기금 수익성 확보 목적으로 기업들을 옥죄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한진칼에 이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스튜어드십 코드)하기로 한 2번째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3번째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지목한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도 배당 관련 위원회 설치 주주제안을 검토 중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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