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제 다윈의 날이다. darwinday.org

찰스 다윈이 태어난 날(1809.2.12)과 숨진 날(1882.4.19), ‘종의 기원’을 출간한 날(1859.11.24)을 기념하는 행사들은 그의 사후부터 이어져 왔다. 그것이 생일인 ‘다윈의 날’로 수렴된 계기는 뚜렷하지 않지만, 과학계와 반종교그룹 등이 ‘다윈의 날’이란 말을 본격적으로 쓴 건 1990년대 이후였다. 탄생 200주년이던 2009년을 앞두고 저마다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면서 다윈 재단을 중심으로 ‘DarwinDay.org’가 만들어졌다. 그가 생명 기원과 종 다양성에 드리운 비밀의 베일을 들춤으로써 과학적 세계관과 생명과학의 시대를 연 공로는 그 자체로 불후의 업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더 앞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그들의 ‘날’로 기념되지 않는 데 반해 다윈의 날이 만들어진 까닭은 어쩌면 비과학의 기세가 아직 등등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윈의 날이 신의 진영이 아닌 과학계 내부, 즉 과학 자체의 반성과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잘 알려진 바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진화 이론을 정립한 뒤 근 30년간 책 출간을 망설였다. 종교계의 거센 비판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자신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난제들이 있어서였다. 대표적인 게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 즉 지구에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등장한 ‘캄브리아 대폭발’ 이전의 지층에서 생명의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거였다. 모든 생명체가 점진적으로 진화한다는 그의 이론은 선캄브리아기의 공백을 명쾌히 설명할 수 없었다. 물론 이후 현미경을 통한 ‘미(微)화석’ 연구 등을 통해 선캄브리아기의 생명진화의 비밀도 과학적으로 설명됐고, 그의 진화론도 고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더욱 정치해졌다. 스티븐 제이굴드의 설명처럼, 세포ㆍ개체 단위의 진화뿐 아니라 종ㆍ군집ㆍ계통 단위의 분기도 생명 진화에 개입하며, 모든 진화가 다윈의 주장처럼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게 200년 전의 다윈은 허점과 여백의 과학으로 결코 틀릴 리 없는 전능한 신의 ‘뜻’에 맞섰고, 그럼으로써 과학 발전의 건강한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다윈의 날은, 과학 바깥의 도그마뿐 아니라 과학 내부의 도그마에도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날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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