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트레비스 메트캘프(Travis Metcalfe) 연구팀이 2004년 2월 13일 ‘다이아몬드 별 BPM 37093’의 존재를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저 별에 광물적인 공식 이름 대신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온 ‘루시’란 별명을 붙였고, 세계인은 다이아몬드의 차가운 빛과 천체의 비밀을 겹쳐보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과학자들이 다이아몬드 별을 발견한 게 아니라, 일정 질량의 별이 생애 말기에 식으면서 다이아몬드와 흡사한 탄소 결정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1960년대의 가설을 ‘루시’의 빛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처음 입증한 거였다.
모든 별(Star, 항성)은 중심의 수소-헬륨 핵융합 반응으로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낸다. 내부기체를 다 태운 별은 외부로 부풀어 적색거성이 되고,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지 못한 다수의 별은 별 외부 기체를 우주로 흩뜨려 보낸 뒤 아직 뜨거운 내부의 핵만 남아 서서히 식는다. 그게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의 주성분은 헬륨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탄소와 탄소-헬륨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소량의 산소. 그 기체들이 긴 시간을 두고 식으면서 핵의 중력으로 결정화해 안정적 고체 상태의 탄소덩어리가 된다. 루시가 그 단계의 백색왜성이란 걸 밝혀냈다.
루시는 약 50광년 거리의 지구 남쪽 켄타우로스 자리에 있는, 지구 크기의 약 3분의 1인지름 4,500km의 작은 별이다. 아직 식지 않고 연소하는 외부 기체를 빼더라도 핵의 탄소덩어리(다이아몬드)는 캐럿 단위로는 계측할 수 없는 크기다. 발표 당시 메트켈프는 “만일 루시의 다이아몬드 등급을 조사하려면 태양만 한 크기의 루페(loupe)를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 이후로도 핵 결정화 단계의 백색왜성은 더러 발견됐고, 세계인은 다이아몬드 별이 우리 은하에만도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구의 별 태양도 수명이 다하는 약 50억 년 뒤면 백색왜성으로 식어갈 테고, 제 안에 영원한 빛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결정을 품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빛도, 백색왜성이 우주의 나이(138억 년)보다 더 오랜 세월 식어 흑색왜성이 되면, 스스로 빛날 수 없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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