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스페인을 위해, 즉각 선거를 실시하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현 사회당 정부의 카탈루냐 대화 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AFP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콜론 광장 인근에서 경찰 추산 4만5,000명의 우파 지지자가 모여 산체스 총리의 카탈루냐 정책을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엘레나 나바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체스 총리를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그가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적들과 손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동남부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을 둔 갈등은 스페인의 가장 첨예한 정치 문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의 사회당 연정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 정파들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 해소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우파 진영은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요구에 끌려 다니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산체스 총리가 카탈루냐 분리주의 진영의 '독립적인 특별보고관 설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우파 진영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것과 별도로, 카탈루냐 지방 정계의 관련 논의 진행 상황을 스페인 의회에 보고하는 중립적인 '특별보고관' 설치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편 이날 시위는 2017년 10월 분리독립을 선언한 이전 카탈루냐 정부의 고위 정치인 12명에 대한 반역죄 등의 대법원 재판을 이틀 앞두고 열린 것이기도 하다. 당시 카탈루냐 지방정부 의회의 다수파를 차지한 분리주의 진영은 중앙 정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35%에 불과했지만 찬성이 90%를 넘자 지방정부는 독립을 선언했으나, 곧 중앙정부의 경찰대 파견, 자치권 회수 및 주도 정치인 구속으로 독립은 무산됐다.
우파 진영은 이번 기회로 사회당과 산체스 총리를 확실하게 흔들어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아 오겠다는 태세이다. 시위를 주도한 보수 국민당(PP), 중도 우파 시민당(시우다데노스), 극우 복스(VOX) 등은 정부 대화 기조에 카탈루냐 분리주의 진영에 굴복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시위에서 국민당 대표 파블로 까사도가 “산체스 정부의 시간은 이제 끝났다”며 5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사회당을 심판해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산체스 총리는 소수파 내각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 카탈루냐 분리독립계 소수 정파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파들이 산체스 총리가 특별보고관 설치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더 많은 양보를 원하면서 2019년 예산안을 보이콧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계속 통과되지 않고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산체스 총리는 2020년 임기 종료 전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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