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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노동자에게는 왜 국민연금이 없었나?

입력
2019.02.1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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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동안 고착화된 사회적 인식이나 관습에서 오는 선입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법과 제도에서만큼은 모든 직업이 평등하게 대우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틀렸다. 적어도 지난 30년 세월 동안, 건설노동자들에게 있어 국민연금만큼은.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은퇴 후 소득활동을 할 수 없을 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이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는 국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특히 회사에 고용되어 소득을 얻는 노동자들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의무적으로 직장가입자 대상이 되어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건설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간 건설노동자들은 소위 국민연금 ‘근처’에도 가볼 수가 없었다.

왜 건설노동자들은 그동안 국민연금에 가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바로 ‘국민연금 업무처리지침’ 탓이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에서는 고정적인 직장이 없이 하루하루 일하는 일용노동자는 1개월에 8일 이상 일해야만 직장 가입대상 자격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은 업무처리 지침에서 별도로 ‘일용근로자 사업장 가입자 적용기준’을 마련하여 일용노동자 중 오로지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용노동자의 경우에만 한하여 1개월에 20일 이상 일을 해야지만 직장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제한을 두었다.

1개월은 4주다. 한 달에 20일 이상 일을 하려면 일주일에 약 5일 이상을 일해야 한다.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자리를 찾으며, 겨울에는 아예 일감이 없어 쉬어야만 하고 비만 와도 작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과연 한 달에 20일 이상 꾸준히 일을 할 수가 있겠는가? 건설노동자들은 국민연금에서 이처럼 사실상 배제되어 있었다. 법도, 시행령도, 시행규칙도 아닌 국민연금공단 업무처리 지침이 정한 기준에 가로막혀서 말이다.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가 건설노동자들의 직장가입 확대를 위해 다른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수준인 8일로 변경한다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예고를 내놨다. 이후 건설업계 노사간 뜨거운 토론을 거친 끝에 2018년 8월 1일부터 건설노동자도 한 달에 8일 이상만 일하면 직장 가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이 1988년이니 30년 만에 건설노동자가 드디어 국민연금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후 복지부는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기준을 완화함으로서 건설노동자의 노후보장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해졌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부정적 사회인식으로 모두가 외면하는 건설현장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건설노동자들은 이제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현재 평균 연령이 50살이 되어버린 건설노동자에게 지금부터 시작하는 국민연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30년, 아니 10년 전만이라도 국민연금의 문이 열렸다면 그들의 노후는 어땠을까?

연금개혁특위에서는 국민연금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건설노동자들과 같이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이 다른 노동자에게는 없었으면 한다. 연금개혁특위에서 이처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기를 바란다.

육길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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