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폭력’ 의혹 목사 측 여성 신도 대리인 고소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장 제출 

인천 한 대형교회 청년부 목사로부터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도들을 대변하는 김디모데(맨 왼쪽) 목사와 정혜민(왼쪽에서 세번째) 목사, 안서연(네번째) 변호사, 차미경(다섯번째)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0일 인천경찰청 로비에서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0~20대 여성 신도들에게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 한 대형 교회 목사 측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도를 대변하는 목사를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천 A교회 김모 목사로부터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B(22)씨 등 여성 신도 4명을 대변하는 김디모데 목사는 “김모 목사의 아버지 A교회 김모 담임목사가 형사 고소를 해 준비가 되는대로 출석해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김 담임목사는 지난해 11월 23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김디모데 목사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디모데 목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여성 신도들을 대변하는 정혜민 목사와 함께 김모 목사를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상 위계 등 간음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 고소장은 여성 신도들이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5명과 함께 작성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김 목사가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간음과 추행 등을 하는 등 아청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여성 신도들은 앞서 김 목사가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8년간 자신이 맡은 10~20대 중ㆍ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에는 16살 때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당시 “김 목사 측은 ‘성관계는 있었으나 상대 여성이 여럿이 아니고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김 목사가 전도사, 목사가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그를 신뢰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0명이지만 피해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20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내사해온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정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를 상대로 피해 사실과 경위 등을 파악했으며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정식 수사로 전환한 상태다.

김 디모데 목사를 고소한 김 담임목사는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경제ㆍ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