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의 북한 측 실무 협상 대표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의 직함이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확인됐다. 미국 측 실무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격(格)을 맞추면서 별도의 대미 협상 직위를 만들어 실무 협상에 적극 나서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를 소개하면서 김혁철 전 대사를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라고 표기했다. 김 대표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2차 워싱턴 방문에 동행하면서 주목받은 이후 그의 소속이 국무위원회라고 알려지긴 했으나, 직함이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서 김 대표로 교체할 때만 해도 실무 협상의 무게감을 낮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직속으로 ‘대미특별대표’라는 사실상 대미 협상 전담 직책을 별도로 만든 것이어서 주목할 만한 신호라는 평가다. 과거 6자 회담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한 측 대표로 비핵화 협상에 임했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이 향후 지속될 대미 협상을 본격적으로 챙겨 나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위원회는 우리로 치면 청와대 격으로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 북한의 통치 기구로 떠올랐다. 아울러 최선희 부상의 경우, 통일전선부 부장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는 다른 기구 소속이었던 점에 비춰 북한 내부의 대미 협상 라인이 이전보다 더욱 원활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혁철 대표는 김영철 부위원장 사단으로 영어가 능통하고 핵 군축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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