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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 지자체 ‘고향납세’ 과열경쟁 막는다

입력
2019.02.10 16:00
수정
2019.02.10 20: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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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답례품 따라 기부 몰리자

세액공제 제외 등 제재 강화

일본 고향납세액 추이 강준구 기자
일본 고향납세액 추이 강준구 기자

일본에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고향납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고향납세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과열경쟁을 막는 제도 정비에 앞서 오사카(大阪)부 이즈미사노(泉佐野)시가 5일부터 2~3월 고향납세 기부자에게 답례품에다 기부액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아마존 상품권을 추가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다. 이에 이시다 마사토시(石田眞敏) 총무장관은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고향납세는 2008년 도농 간 재정불균형 해소와 지방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납세자가 주소지 외의 지자체에 지역발전기금을 기부하고, 그 액수가 2,000엔(약 2만원)을 넘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첫 해엔 81억엔(약 829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기부액 상한 확대와 답례품 제공 등으로 2015년 1,653억엔(약 1조6,927억원)을 기록하더니 2017년 3,653억엔(약 3조7,408억원)으로 10년 만에 45배나 증가했다.

그 이면에는 기부액 대비 과다한 답례품을 건네는 등 과열경쟁이 있었다. 답례품도 지역특산물 외에 여행상품권, 호텔이용권 등이 제공됐다. 납세자들이 선호하는 비싼 답례품을 따라서 특정지역으로 기부가 몰렸다. 2017년 고향납세로 유치된 기부금의 40%가 전국 지자체 1,741곳 중 상위 50곳에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다.

총무성은 2017년 4월 이후 답례품과 관련해 기부액 30% 이내의 지역특산물에 한정할 것을 권고해 왔다. 그럼에도 과열경쟁이 잦아들지 않자 법제화를 통한 제재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권고를 지키지 않는 지자체를 올 6월 이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방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시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즈미사노시의 캠페인을 지목해 “결과만 좋으면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며 사회적ㆍ교육적으로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즈미사노시의 캠페인이 법률 시행 이전 기부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즈미사노시는 2017년 기부액의 45% 상당의 답례품을 제공, 135억엔(약 1,382억원)의 기부금을 모아 다른 지자체의 원성을 샀다.

이즈미사노시 측은 “총무성이 규제를 강화하고 지자체의 아이디어와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도농 간 격차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도 “법률이 제정되면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마땅한 지역특산물이 없는 지자체에선 환금성이 있는 상품권이나 소고기, 게 등 다른 지역의 인기 있는 농수산물을 구입해 답례품으로 제공해 왔다. 법률이 제정되면 마땅한 특산물이 없는 지자체로선 세수 감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일본의 고향납세를 모델로 한 ‘고향사랑기부제도’ 도입 요구가 지자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 심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일본 사례처럼 답례품 제공 기준 등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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