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영결식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균아,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이 엄마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는 거니.”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노제와 영결식이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아들을 떠나 보낸 어머니 김미숙씨는 영결식 단상에 올라 “너를 차가운 냉동고에 놔둘 수밖에 없는 엄마가 너무 죄스럽지만 엄마는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동안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단다”라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진행된 노제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8도 밑으로 떨어진 추위에도 1,500여명이 함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2차 노제가 진행된 9일 오전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김씨의 동료들이 고인의 동상을 따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제의 시작을 알린 최준식 장례위원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죽음 이후 꿈쩍도 하지 않던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됐고, 노동 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 눈부실 만큼 향상됐다”며 “동지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운구행렬 맨 앞에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가 적힌 피켓을 든 김씨의 동상이 나섰다. 동료들은 “김용균의 마음으로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김씨의 동상을 따랐다. 뒤로는 풍물패, 만장 50여 개, 꽃상여와 운구차량이 이어졌다. 유가족과 대형 영정사진, 장례위원들이 운구차 뒤를 따라 행진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조사를 맡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포함해 3,000여 명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조용히 자리를 지킨 뒤 헌화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영결식이 진행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용산 참사,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등 산재ㆍ사회적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해 위로와 연대의 뜻을 보냈다. 열악한 방송 제작환경을 고발하고 2016년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단상에 올라 울먹이며 “유가족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죽이며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용균이네 가족들이 이후 겪어야 할 고통을 위로하고 우리가 함께할 때 이 사회는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고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동료 김용균씨는 고인이 사망하기 5일 전 고인과 밤새 술자리를 가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비정규직 없는 밝은 세상을 꿈꾸는 크고 작은 용균이들이 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앞장서 나갈거야”라고 말했다.

최규철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지부 태안지회장도 “동지로서 김씨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은 평생 안고 살아가겠다”며 “김용균 동지가 열망한 비정규직 없는 행복한 일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오전 7시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1차 노제, 서울 도심에서 2차 노제와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시신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 화장됐다. 이어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하관식으로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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