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발견, 시티투어]<15>창원
군항제 기간엔 체리블라썸 벚꽃길 투어로
“황금돼지해, 창원 ‘황금돼지섬’에서 복맞이 하세요.”
설 연휴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8일. 서울 등 중부지방 수은주가 섭씨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질쳤지만 경남 창원은 아침 한때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햇살이 드리우면서 이내 영상 기온을 회복, 바깥 나들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전 10시 15분. 프로농구 창원LG세이커스 홈 구장인 창원실내체육관과 창원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 창원경륜장 등 체육인프라가 즐비한 창원스포츠파크 한 가운데 자리한 창원 만남의 광장을 창원시티투어 2층 버스는 출발했다.
창원시청과 6만5,000명을 동시 수용 가능한 창원광장, 경남도청을 뒤로 하고 15분 만에 첫 번째 정류장 KTX창원중앙역(창원대역)에 도착했다. 경북 청도군에서 왔다는 문동규(22)씨 는 “군대 제대 기념으로 친구들과 창동상상길과 황금돼지섬인 돝섬 관광을 위해 창원시티투어를 찾았다”고 말했다.
마산상상길과 마산어시장을 거쳐 진해 제황산공원, 속천항을 내달린 뒤 다시 창원만남의 광장으로 돌아 오는 2시간 40분 코스의 창원시티투어버스에는 이날 며칠 동안 극성을 부렸던 미세먼지가 말끔히 걷히고 바람도 잦아들면서 졸업시즌을 맞은 가족과 또래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창원은 창원국가산단과 마산자유무역지역 등 공업도시로 각인돼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전국 명소들로 가득 차 있다. 2010년 옛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가 통합돼 창원시로 거듭나면서 3개 지역의 특성을 살린 ‘3색(色)관광’ 마케팅에다 2017년 시티투어 버스 2대를 도입해 본격 시티투어에 나서면서 ‘관광 창원시대’가 열렸다.
창원시는 지난해 세계 5대 스포츠 축제인 2018세계사격선수권 개최와 함께 ‘2018 창원방문의 해’ 등 대대적인 관광 마케팅을 펼쳐 지난해만 연인원 1,6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이 같은 성과는 3대 창원 대표 글로컬(Global+Local) 축제와 계절별로 옷을 갈아 입는 시티투어랩핑 홍보 및 시즌투어 등의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3대 축제란 봄철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가을철 국내 상용 국화 시배지에서 펼쳐지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지구촌 최대 K-P0P축제인 ‘창원 K-POP페스티벌’을 말한다.
창원시티투어는 군항제 기간엔 벚꽃길 투어로, 관광객들이 도시 전역을 뒤덮고 있는 65만 그루의 벚꽃을 만끽할 수 있게 경화역공원과 제황산공원 등 진해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창원 체리블라썸 2층 버스’로 운영한다.
크리스마스시즌에는 야간 경관조명으로 장식한 빛거리를 둘러보는 ‘夜! 한 밤∼2층버스 타GO! 빛거리 공연 보GO!’ 이벤트를 통해 탑승객들이 관광과 문화공연이 어우러진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3대 축제 외에도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창원의 다양한 볼거리ㆍ먹거리ㆍ놀거리를 속속들이 즐길 수 있다.
버스는 출발 1시간 15분 만인 오전 11시 25분 마산상상길에 도착했다. 옛 마산의 번화가 창동 골목에 조성된 창동상상길은 한국관광공사가 ‘당신의 이름을 한국에 새겨보세요’라는 주제로 세계인을 대상으로 글로벌 캠페인을 벌여 한국을 상상하고, 보고 싶어 하는 전 세계 30만명의 신청을 받아 이중 2만3,000명의 이름을 한국을 대표하는 오(五)색 보도블록에 새겨 만든 150m거리다.
창동 상상길의 아름다운 보도블록은 창원시가 계절별로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젊은 연인들이 사진촬영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이트 코스로 이름 나면서 일명 ‘쌍쌍길’로도 불린다.
창원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창동 일대의 오밀조밀한 빈 점포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고, 골목과 건물에는 다채로운 공공미술을 입혔고, 조명시설 설치와 야외 전시공간 조성 등을 통해 특화 예술촌으로 부활시켰다.
특히 골목골목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창동상상길과 창동예술촌, 마산아구찜거리로 이어지는 이곳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뒤 입소문을 탔다. 이에 시는 이 일대를 ‘문재인 대통령 방문길’로 명명해 홍보하고 있다.
창원의 겨울관광을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명소는 ‘황금돼지섬’으로 불리는 마산 돝섬.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돼지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돼지 ‘돝’을 붙여 돝섬으로 불린다. 돝섬은 마산어시장 정류장에서 내려 250년 전통의 마산어시장을 둘러 본 뒤 10여분을 걸어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웅장한 황금돼지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가지런히 진열된 화분들도 모두 돼지화분 일색이다.
이날 황금돼지를 마주한 방문객들은 황금돼지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 포토존 뒤 ‘소망나무’에 저마다 소원을 적어 매달며 소원을 빌었다. 특히 돼지 코를 만지면 복이 두 배로 온다는 속설에 방문객들은 연신 돼지 코를 쓰다듬었다.
인근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훈련병 아들 수료식을 마치고 가족과 지인 등 10명과 돝섬을 찾았다는 홍석기(54)씨는 “훈련을 마친 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군대생활을 하도록 황금돼지에 빌었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황금돼지해를 앞두고 지난해 돝섬에 대해 대대적인 손님맞이 공사를 벌여 방문객들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파도소리길, 황금돼지길, 하늘화원, 바다장미원, 동백나무길, 매화나무길, 바람의 언덕 등 다양한 매력의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돝섬 유람선을 운영하는 ㈜돝섬해피랜드 오용환(60)씨는 “설날 하루 지난해 보다 4배나 많은 1,800여명의 관광객이 돝섬을 찾았고, 오늘도 350여명이 방문하는 등 돼지해인 올해 신기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창원시티투어 버스는 오전 9시 15분(12∼2월은 10시 15분) 첫 운행을 시작으로 하루 5차례 도심순환코스로 운행하고 있으며, 이용을 원하는 관광객은 팔찌형 승차권을 구입하면 1회 구입으로 하루 종일 자유롭게 모든 정류장에서 승ㆍ하차가 가능하다. 승차권은 성인 기준 5,000원, 청소년과 군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65세 이상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3,000원이다.
강혜진 창원시 관광마케팅담당은 “시티투어 2층 버스는 지난해 누적 탑승객이 5만7,472명에 이르는 등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연내 단층버스 1대를 추가로 구입하고, 이달부터 사람과 공장 굴뚝연기가 가득했던 창원의 산업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창원 별곳 1950 인더스토리 투어’를 본격 시작하는 등 역사ㆍ문화ㆍ사람과 자연을 잇는 ‘창원형 문화관광’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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