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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비주류의 반란, 크라운해태배 우승컵 향방은?

입력
2019.02.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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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박하민 4단, 인공지능(AI) 등에 업고 기력 UP…상대전적서도 3전 전승 우위 

 나현 9단, 랭킹 및 우승 기록 등 객관적인 전력상 앞서…설욕전 다짐 

 “결국, 끝내기에서 승패 갈릴 것”…전문가 전망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 시키겠다.”(박하민 4단)

“그 동안 진 빚을 갚아주겠다.”(나현 9단)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두 선수의 각오는 비장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등극할 무대에 올라선 만큼,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9일부터 3번기(3판2선승제)로 벌어질 ‘2018 크라운해태배’(우승상금 3,000만원) 결승에 진출한 그들의 출사표에선 불꽃부터 튀었다. 이들은 특히 국내 랭킹 1,2위인 신진서(19) 9단과 박정환(26) 9단을 따돌리고 진출했다는 점에서 흥미는 더해진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상에선 나현(24) 9단이 박하민(21) 4단 보단 앞선다. 나현 9단은 ‘한국물가정보배’(2014년)와 ‘박카스배 천원전’(2015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2017년) 등의 통산 3회 우승 기록을 보유자다. 국내랭킹도 2월 기준 나현 9단은 9위에, 박하민 4단은 36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이에 반해 박하민 4단은 아직까지 우승 타이틀 보유 기록이 없다. 박하민 4단의 국내 랭킹도 이달에 기록한 36위가 최고 성적이다. 3회 우승 타이틀과 대부분 10위권내 랭킹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나현 9단과는 확연한 차이다. 하지만 박하민 4단의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KB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7승7패를 기록한 박하민 4단은 국내 바둑계 간판인 박정환(26) 9단과 김지석(30) 9단, 이세돌(36) 9단, 나현 9단, 이영구(32) 9단, 설현준(20) 6단, 박민규(25) 6단 등까지 줄줄이 돌려세웠다. 박하민 4단은 무엇보다 나현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 3전 전승으로 무패행진이다. 올해에만 8승1패를 거둔 박하민 4단은 랭킹도 생애 최고인 30위권대로 진입시켰다. 이번 ‘2018 크라운해태배’ 결승을 섣불리 점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벌어졌던 서울 ‘2018 크라운해태배’ 준결승에서 박하민(맨 왼쪽) 4단이 박정환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벌어졌던 서울 ‘2018 크라운해태배’ 준결승에서 박하민(맨 왼쪽) 4단이 박정환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예상대로 박하민 4단의 기세는 상당했다. 생애 첫 타이틀 도전에 나선 박하민 4단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바둑계에 뚜렷하게 남기겠다는 속셈이다. 박하민 4단은 “프로기사는 결국, 결과로 말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아직 우승 기록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고 싶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상대방에 대한 분석은 이미 정리된 상태다. 박하민 4단은 “나현 9단의 장점은 마지막 끝내기에서 정확한 계산력과 전투에서의 수읽기인 것 같다”며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나현 9단을 상대로 판세가 평범하게 흘러갈 경우엔, 승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단 설명이다. 이 가운데서도 상대방에 대한 공략 지점도 지목했다. 박하민 4단은 “국면이 유리하게 흘러갔을 때 다소 느슨한 수들이 나오는 건 단점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최근 기력 향상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을 꼽았다. 박하민 4단은 “예전엔 랭킹이 높은 선수들과 만난 실전대국에선 위축되고는 했는데 AI로 공부하고 난 이후부터 이런 심리적인 부분이 없어지면서도 성적까지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달 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서울 ‘2018 크라운해태배’ 준결승에서 나현(맨 오른쪽) 9단이 신진서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이달 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서울 ‘2018 크라운해태배’ 준결승에서 나현(맨 오른쪽) 9단이 신진서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이에 맞선 나현 9단 또한 벼르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던 아픈 기억을 이번 기회에 고스란히 되돌려 주겠다는 심산이다. 나현 9단은 무엇보다 기세에선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나현 9단은 “이번 대회 결승에 올라오기 직전에 이긴 상대가 국내 랭킹 1위 선수다”며 박하민 4단의 상승세에 뒤질 게 없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쳤다. 나현 9단의 올해 성적 역시 5승1패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승에 올라온 상대인 만큼, 박하민 4단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나현 9단은 “박하민 4단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균형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상대방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승리에 필요한 비기(秘器) 또한 흘렸다. 나현 9단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경험면에서 좀 부족한 것 같다”면서도 “박하민 4단이 힘 바둑을 두는 상대들에게 좀 약한 면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우승컵에 대한 간절함도 표현했다. 나현 9단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가 너무 오래됐다”며 “나이제한이 있는 크라운해태배에서 기회가 별로 없는 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려보겠다”고 강조했다. 크라운해태배는 만 25세 이하 프로바둑 기사들만의 대회로, 지난해 신설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2018 크라운해태배’ 결승전을 ‘패기’와 ‘노련미’의 맞대결로 요약하면서도 예측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 겸 바둑TV에서 이번 크라운해태배 결승전 1국의 해설자로 나설 목진석(39) 9단은 “보여지는 기록에선 나현 9단이 한 수 위이지만 최근 박하민 4단의 기세가 워낙 좋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면서도 “누가 끝내기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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