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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유세와 포퓰리즘

입력
2019.02.0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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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앞 다퉈 부유세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이 처음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연 1,00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최고 70% 소득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순자산 5,000만달러 이상 부자에게 연간 2%, 1억달러 이상 부자에게는 3%의 재산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350만달러 이상 상속 시 최고 77%의 세율을 적용하자며 상속세 강화를 들고 나왔다.

□ “1,000만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개인과 기업에 한 번만 14.25%의 재산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 거둬들인 5조7,000억달러로 정부 부채를 갚으면 국채 이자를 절약할 수 있다. 그 돈이면 상위 1%를 제외한 99% 국민의 소득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 공약은 1999년 도널드 트럼프가 내놓은 것이다. 그는 이 공약으로 2000년 대선에 개혁당 후보로 도전하려다 포기했다. 16년 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반대로 부자 감세를 강행, 미 정부 부채는 향후 30년 후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새해 국정연설에서는 부유세 강화를 주장하는 민주당 정치인을 향해 ‘사회주의’라며 색깔 공세를 펼쳤다.

□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가 원하는 걸 약속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 따위는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포퓰리스트 정치가이다. 20년 전에는 유권자의 관심이 ‘빈부 격차 완화와 정부 부채 감소’에 있다고 판단했다면, 16년 뒤에는 이민자 문제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가장 확실한 이슈라고 계산했다. 그래서 대선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 공약에 ‘올인’했고, 예상을 뒤집고 대권을 손에 쥐었다.

□ 기성 정치인들은 학자, 언론, 지지층의 상충된 주장과 요구에 얽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들은 다수 유권자가 절실히 원하는 바를 이뤄줄 과감한 개혁 정책을 내놓거나 실천하지 못한 채 과거 정책을 답습한다. 유능한 포퓰리스트는 유권자와 기성 정치인의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포퓰리스트의 미래 비전과 추진력은 동맥경화에 걸린 정치권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막말 정치인만 있을 뿐, 다수 유권자를 설레게 할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찾기 힘들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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