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광풍ㆍ생태계 파괴” 우려도
걸어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한국판 산티아고길(사진)’ 조성 등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개발에 13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투자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군사 안보와 규제로 개발이 정체된 접경지역에 총 13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새로운 내용의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7일 밝혔다. 이미 2011년 처음 수립돼 지난해까지 8년간 2조8,000억원이 들어간 기존 계획을 손본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존 계획은 대규모 민자사업이 많다 보니 현실성이 없고,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지부진했다”며 “실제 주민들이 원하거나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을 새로 발굴해 예산을 늘렸다”고 말했다. 강화군의 연안크루즈관광기반시설과 동두천시의 자동차테마파크 조성 등 기존 67개 사업이 백지화됐다.
바뀐 계획은 이미 투자된 2조8,000억원을 제외한 10조4,000억원을 2030년까지 투입한다. △남북교류ㆍ협력 기반 구축 △균형발전 기반 구축 △생태ㆍ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4대 전략에 따른 225개 사업이 대상이다. 이중 남북교류ㆍ협력 기반 구축에 가장 많은 5조1,000억원을 쓴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영종도~신도 간 평화도로를 2024년까지 왕복 2차로로 건설한다.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과 연계해 철원에 ‘남북문화체험관’을 지어 남북교류 거점으로 조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접경지역에 산업단지 조성(연천군 ‘은통산업단지’), 구도심 환경개선(화천군 상가밀집지역), 청년 창업ㆍ창작공간 지원(고양시 ‘청년 내일꿈 제작소’) 등 균형발전 기반 구축 관련 54개 사업에 3조4,000억원을 들인다. 관광 활성화 108개 사업에는 3조원을 쓴다. 강화군에서 고성군까지 한반도를 횡단하는 도보여행길 ‘통일을 여는 길’, 한탄강 주변 주상절리 협곡을 감상할 수 있는 생태체험공간, 펀치볼(양구군 고지대에 독특하게 발달한 분지) 관람 곤돌라와 전망대, 인제군 병영 체험공간 등이다. 생활 SOC 확충에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권역별 거점 10곳에 다용도 복합 커뮤니티센터를 짓고, 도시가스가 없는 지역에 LPG 저장시설ㆍ공급관을 설치하는 등의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DMZ 주변 지역 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개발하면 파괴될 수 밖에 없는데 통일 전부터 DMZ에 토목공사를 하는 거냐”는 반대여론이다. 행안부가 앞서 지난해 12월 공개했던 통일을 여는 길 조성을 두고도 개발과 출입이 제한된 구역에 관광 목적의 길을 내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만만찮았다.
정부는 군부대 협의, 다른 계획과의 연계, 타당성 검토 등 사전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번 계획 변경이 접경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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