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부드러운 막걸리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유지해오던 알코올 도수 6도를 단지 1도 낮췄을 뿐인데 여성과 젊은 층 애주가들로부터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평주조의 ‘지평생쌀막걸리’가 2015년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춰 출시한 이후 고공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 28억 원이었던 연매출이 2015년 45억 원, 2016년 62억 원, 2017년 110억 원으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6억 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4년 만에 6배 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 지평주조는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수도권 일부로 한정됐던 판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지난 달 말부터는 제주 지역을 제외한 GS25와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판로를 넓혔다.
막걸리하면 일단 애주가들은 ‘6도’를 떠올린다. 실제 2~3년 전까지도 국내에서 시판되는 막걸리 대부분은 6도였다. 이종호 작가가 쓴 ‘막걸리를 탐하다’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에는 막걸리 도수가 6~12도로 다양했지만 전후 식량난으로 곡물을 아끼느라 정부가 도수를 제한한 것이 ‘전통의 시작’. 1980년대 들어 양조장들이 다시 도수를 올렸지만 육체노동자들이 독해진 막걸리를 마시고 취하는 바람에 사고가 늘어 판매량이 뚝 떨어지자 결국 6도로 원 위치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순당이 부드러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해 5월, 5도짜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선보인 것. 한 병(750ml)에 1,000억 마리 이상 식물성 유산균을 첨가하면서 가격은 3,200원으로 일반 막걸리(1,000~2,000원)보다 비싸졌지만 출시 7개월 만에 약 60만 병이 판매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덕분에 국순당 전체의 지난 해 5~11월 막걸리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이상 늘었다.
‘장수막걸리’로 유명한 서울장수주식회사도 지난해 10월, 22년 만에 출시한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 막걸리’의 도수를 6도보다 낮은 5도로 잡았다. 역시 가격이 기존 생막걸리(1,100~1,200원)보다 조금 높은 1,700원이지만 호응이 좋다. 서울장수주식회사 관계자는 “최근 막걸리 주 소비층인 젊은층을 겨냥해 부드러움을 강화했다. 이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입맛에 맞으면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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