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7일로 확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한차례 치고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이룰 마지막 기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고,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新) 북풍’을 기획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평화를 이루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비핵화 조치와 대북조치 완화, 6·25 전쟁 종전(終戰)선언까지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구냉전 사고에 사로잡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안 된다는 무조건적인 반대론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도 요구했다.
지난해 말부터 김태우·손혜원·김경수 사건 등 계속된 악재로 곤경에 처한 민주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반전을 꾀하는 분위기다. 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과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까지 성사시키면 올해 국정 동력 확보는 물론 내년 4월 총선까지 긍정적 흐름을 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안을 다시 꺼내 들고 야당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국당은 북미 대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우리가 가야 할 목표점은 검증 가능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미국의 안전만 보장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만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특히 종전선언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훈련 중단 및 폐지로 이어져 안보공백과 직결될 수 있다”며 실질적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당 전당대회(27일)와 겹치는 데 따른 위기감도 읽힌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신 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여당이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도 신 북풍을 계획한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오는 27일인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친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이것이 의심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문정성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북미회담 날짜를 놓고 한국당의 상상력이 가관”이라며 “아무리 정쟁에 눈이 멀었어도 한반도 평화에 재 뿌리는 몽니는 삼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8일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는 11일 6박 7일 일정으로 여야 지도부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과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한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해 북핵외교안보특위를 구성한 한국당은 이 기간 별도 일정을 통해 미 조야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