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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자책에 빠질 수 있는 한부모들에게 작은 위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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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자책에 빠질 수 있는 한부모들에게 작은 위로 되길

입력
2019.02.09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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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세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펴낸 함새나 작가

함새나씨는 "아기에게 쓰는 편지는, 자주 어린 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되기도 했다"며 "막상 책으로 엮고 보니 나중에 '엄마는 말로만 이렇게 사랑한다고 했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함새나씨는 "아기에게 쓰는 편지는, 자주 어린 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되기도 했다"며 "막상 책으로 엮고 보니 나중에 '엄마는 말로만 이렇게 사랑한다고 했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나는 가끔씩 너의 아기 토끼가 되어 / 너와 이야기를 한다 // 오늘 너는 토끼에게 / 아빠가 없어도 속상하지 않다고 했다 / 너는 어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 그러나 빨리 크고 싶다 했다 / 너는 그래서 콜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 너의 마음을 들은 아기 토끼는 / 가슴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 엄마로 돌아온 나는 너에게 / 이런저런 고마움을 말하다 / 눈물을 조금 흘렸다 // 너는 엄마 이제 그만 말해 쉿~하고는 / 너의 작은 손으로 내 가슴을 토닥였다 // 엄마 괜찮아 내가 태어났잖아 했다.”

이혼을 결심한 뒤 낳은 아이에게 넘치는 사랑, 미안함,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심했다. 갓 돌을 지난 아기가 어린 숨을 새근새근 몰아쉬며 잠들던 밤마다 5년간 편지를 썼다. 지난해 말 출간된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빌리버튼 발행)는 함새나씨가 꾹꾹 눌러쓴 편지를 엮은 에세이다. 저자가 무명의 ‘엄마’인데도 조용히 입소문을 탄 책은 각 인터넷 서점에서 연신 호평을 받는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함씨는 “부끄러워서 가족들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편지였는데 심리상담을 받으며 용기를 얻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에 올려본 게 계기가 돼 책까지 내고 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의 돌잔치 때, 아이 아빠가 초대를 거절하고 안 왔거든요. 첫 생일부터 이렇게 보내야 하는 아이에게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엄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막상 SNS와 카페 등에서 ‘감동받았다’는 분들이 많아 처음엔 ‘내가 불쌍해서 그런가’ 싶어 오해도 했죠.”

유명 커뮤니티의 육아방에서, SNS에서 함새니씨의 편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함새나씨 인스타그램(@lovelytoma.to)
유명 커뮤니티의 육아방에서, SNS에서 함새니씨의 편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함새나씨 인스타그램(@lovelytoma.to)

그는 “늘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넘치는데, 아이가 알아들을 때쯤이면 지금의 마음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 적기 시작한 말들”이라고 했다. 늘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왔는데 언제든 한 번은, 단 한 번쯤은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이런 결정을 하고 나서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시선도 아니고 홀로 견딜 삶의 무게도 아니고 훗날 네가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날 원망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너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면 나의 잘못과 실수에 대한 변명이 될 것 같아 그것도 생각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던 나의 제한된 조건 안에서 내가 가장 우선에 두었던 것은 너의 행복이었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최선의 선택이 너에겐 이런 모습이어서 미안해.”

공감했다는 반응에 그 역시 용기와 힘을 얻었다. “한번은 미혼모라며 어린 엄마가 쪽지를 보내왔어요. 제가 올린 편지들을 보면서, 그동안 나쁜 생각도,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힘든 마음도 버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양육 미혼모인데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밤에 아기가 잠들면 폐쇄회로(CC)TV를 켜놓고 아르바이트를 다녀온다며 글 잘 보고 있다는 분도 계셨고. 제가 뭐라고 누구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나 싶고, 뭔가 작은 위로는 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 아프고 감사하고 멍했죠.”

출간 제안에 “사기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했다는 그는 “사랑을 주면서도 쉽게 자책에 빠지는 엄마들이 서로에게 작은 위로의 계기가 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나만 이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앞으로 아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고민 생길 때 의논하고 싶은 엄마로 사는 일. 친구랑 싸우면 어때? 난 우리 엄마가 사랑해주는데. 어려운 일 있으면 어때? 난 엄마랑 상의하면 되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아이와 엄마. 어렵지만 꼭 그런 엄마로 살아내고 싶어요.”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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