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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당뇨발 사망률, 유방암의 3배… 적극적 건강보험 적용을

입력
2019.02.18 21: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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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규 고려대구로병원 당뇨창상센터 교수(대한창상학회 회장)

당뇨발은 창상ㆍ궤양 등 모든 상처 가운데 치료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만성 상처의 대표질환이다. 지난 20년 동안 수천명의 당뇨발 환자를 진료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당뇨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부족해 환자나 가족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는 환자와 심지어 치료하는 의사들조차 당뇨발을 적잖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점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째, 당뇨발은 원래 어렵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병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독약을 바르는 등 국소적인 상처치료를 하다가 심해지면 원래 그러려니 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당뇨발 분야의 획기적 발전으로 많은 경우 조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현재 환자의 전신상태가 상처치유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교정하면서 국소적인 상처치료를 하면 상처를 성공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당뇨발은 상처치유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일반상처와는 많이 다르다. 또한 당뇨발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처치유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같은 당뇨발이라도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전문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을 확인해 이 부분을 맞춤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런 부분에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둘째, 당뇨발은 암 등 다른 중증질환에 비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일부 환자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통계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10%가 당뇨병 환자라고 하며 환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다는 미국 등 선진국도 당뇨병 환자의 15~25%가 합병증으로 당뇨발이 발생한다. 의료수준이 높다는 선진국도 이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뇨발의 유병률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중증도도 높다.

당뇨발은 족부절단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권위 있는 국제학회지에 의하면 당뇨발로 족부를 절단하면 5년 내 사망률은 68%나 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암과 비교할 때 절대 가벼운 수치가 아니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인 췌장암, 폐암에 이어 3위다. 대장암 사망률보다 높고, 유방암 사망률보다는 거의 3배나 되는 수치다.

결론적으로 당뇨발은 환자수도 많고 중증도도 높다. 하지만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식부족으로 현재 건강보험 급여 권내의 치료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당뇨발 환자는 대부분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어 상처를 치료할 때 외국에서는 은이 함유된 항균드레싱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은드레싱제를 당뇨발 환자에 사용하면 불법이다. 은의 살균효과가 고시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상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뇨발의 치료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많은 장비나 재료, 치료법들이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돼 있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적지 않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당뇨발은 그 원인과 치료가 여러 전문영역에 걸쳐 있어 어떤 한 의사가 할 수 있는 진료분야가 아니다. 당뇨발과 연관된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이 토론과 협조를 통해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암과 달리 당뇨발에 대해서는 다학제 진료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뇨발에 대한 정책적인 개선이 이루어져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한승규 고려대구로병원 당뇨창상센터 교수
한승규 고려대구로병원 당뇨창상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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