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이 아닌 기회를 주자.’
오뚜기의 장애인 사회공헌 활동은 이 한 마디로 설명이 충분하다. 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 단순한 후원금 전달이 아니라 일을 통해 받는 돈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 오뚜기 관계자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직접 일을 하고 대가를 받음으로써 자립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게 우리 공헌 활동의 슬로건”이라고 했다.
오뚜기는 2012년부터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재단의 ‘굿윌스토어(Goodwill Store)’에 오뚜기 선물세트 조립 작업을 맡기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과 개인에게 생활 용품이나 의류 등을 기증받은 후 장애인들이 잘 손질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 7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곳에 맡긴 선물세트만 470만개가 넘는다.
기회를 잡은 이들의 만족도는 높다. 굿윌스토어 송파점에서 상품화 라벨과 상품 포장 일을 하고 있는 지적장애 2급 임혜숙씨는 “자동화로 쉽게 할 수 있는데도 오뚜기에서 물류비용을 부담해 저희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씨는 오뚜기가 매년 모범 직원을 뽑아 선정하는 ‘굿피플’의 작년 수상자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지적장애 3급 박성연씨의 어머니 이경애씨는 “처음에는 다양한 상품 박스를 접어 상품을 담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익숙해졌다”며 “소 근육이 발달하는 등 재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고 무엇보다 협동심이 생긴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씨는 딸이 근무하는 곳에서 작업 지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오뚜기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맡은 일은 완수하는 걸 보고 업무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일자리다. 앞으로도 단순히 물품이나 금전적 지원보다 소외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 차원 높은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굿윌스토어 매장에 제품을 기증하고 물품 나눔 캠페인과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증한 제품을 시가로 따지면 20억원에 달할 정도. 14번에 걸쳐 실시한 사내 물품 나눔 캠페인을 통해 기증한 물품도 10만점이 넘는다. 지금까지 오뚜기 임직원 1,800여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27년째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사업도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할 때나 그 이후 몇 번의 장기적인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1992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매달 5명씩 후원하던 규모를 조금씩 늘려 지금은 매월 23명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0여명 어린이들이 새 생명을 찾았다. 후원 사업 덕에 심장 수술을 받고 완치된 아들을 키우는 한 어머니는 오뚜기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아직은 아이가 어려 잘 모르지만 나중에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11월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오뚜기센터에서 수술을 받아 완치된 어린이와 가족을 비롯해 후원업체, 환자와 가교 역할을 한 한국심장재단 관계자, 오뚜기 및 관계사 임직원 등이 한자리에 모인 ‘오뚜기의 사랑으로, 새 생명 4,000명 탄생’ 기념 행사를 열었는데, 참석자만 200명이 넘었다.
심장병 어린이에게 수술비만 후원하는 것도 아니다. 완치된 어린이와 가족들을 회사의 다양한 행사에 초청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매년 5월 개최되는 ‘스위트홈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발’ 본선 참가 가족 150팀의 행사참가비에 회사 측이 일정 금액의 돈을 보태 현장에서 한국심장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심장병 완치 어린이를 위한 요리교실도 열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심장병 완치 어린이와 가족을 충북 음성에 있는 오뚜기 대풍공장에 초청해 공장 견학, 신제품 요리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뚜기는 1999년부터 푸드뱅크와 전국의 복지단체를 통해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에게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2016년 9월에는 삼성서울병원에 매년 1억원씩 5년에 걸쳐 총 5억원의 연구기금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연구기금은 소화기 영양질환 연구에 사용될 예정이다.
2012년 8월부터는 오뚜기 임직원이 참여하는 ‘오뚜기 봉사단’도 꾸려 활동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 공장이나 영업지점 소재 지역 아동센터를 방문해 요리교실을 통한 노력 봉사와 재능 기부, 정기적인 환경 정화에 나서는 게 주요 활동. 2016년 10월에는 진짬뽕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수도권 지역 3개 복지관에서 600여명의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오뚜기 봉사단-한국조리과학고 밥차 합동 자원봉사 활동’을 실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더 관심을 갖고 소비자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