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가 10년차를 맞아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명절에도 어김없이 '아육대'가 찾아왔다. 지난 2010년 추석에 '제1회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로 첫 선을 보인 이후 벌써 10년째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아육대'는 '2019 설특집 아이돌스타 육상 볼링 양궁 리듬체조 승부차기 선수권 대회'라는 긴 이름으로 변모했다. 17회 째를 맞이한 만큼 '아육대'의 다양한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종목의 다양화 및 종합 경기로의 확장이다. 올해 '아육대'는 지난달 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육상, 양궁, 리듬체조, 승부차기 부문의 녹화가 진행됐다. 볼링 경기는 일주일 뒤인 14일에 또 다른 곳에서 녹화를 진행했다. 이제 남아 있는 육상 경기는 남녀 60M 달리기와 400M 계주 뿐이고, 신설된 다른 종목들이 더 많아진 것.
보이그룹 26팀, 걸그룹 25팀 등 올해 대회에 출전한 총 51팀의 출연진은 서로 다른 경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신인 아이돌들은 육상에서, 걸그룹은 리듬체조, 보이그룹은 승부차기에서, 선배급들은 볼링에서 각자의 능력치를 뽐낸 것. 이렇듯 종목별로 라인업이 달라지는 만큼 방송 분량에 있어서도 '아육대' 속 육상 종목은 존재감이 적어졌다.
실제로 이번 대회의 60M 달리기 부문은 예선 경기가 편집된 채 결승만 방송됐고, 여자 부문에서 우승한 홀릭스 연정의 경우, 단독 인터뷰가 아예 전파를 타지 못했다. 반면 양궁과 볼링, 리듬체조와 승부차기 등 볼거리가 더 많거나 인지도 높은 아이돌 스타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예선과 출전 선수 인터뷰를 모두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매번 명절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는 '아육대'의 전략이다. 양궁과 리듬체조 등의 종목은 사전 준비 및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분량을 얻는 것도 있다. 족구와 풋살 등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을 없앤 만큼 스포츠 특유의 긴장감이나 스토리를 연출하기에는 볼링과 승부차기 등의 종목이 적합하다는 이유 또한 납득된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아육대'가 초기에 담당했던 '신예 스타 발굴의 장' 역할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백팀의 아이돌 스타들이 모이는 '아육대'에서 조권, 민호, 구하라, 루나, 윤두준 등은 '체육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사랑 받았다. 특히 동준, 보라, 유주, 성소 등은 '아육대' 메달을 통해 자신과 팀을 알린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육상의 골든차일드 Y, 리듬체조의 에이프릴 레이첼 등 신예들이 주목 받았으나 이전 만큼의 화제성이나 다른 종목 대비 많은 분량을 얻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아육대'는 신예 발굴 만큼이나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에 공을 들이고 있고, 아이돌 가수와 그 팬들에게도 스타 탄생의 기회보다는 명절을 기념하는 잔치로 기억되는 중이다.
사실 '아육대'는 음악 방송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2부 7.7%(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에 오른 바 있다. 시상식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가수들이 모이는 곳이자, 신인들만 보면 시상식보다 많은 팀이 출연하는 행사로서 '아육대'는 가요계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올해 설 특집 '아육대'에 소속 가수를 출연시킨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출연진 사이에서 '아육대' 방송에 나오는 것 만으로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 대신 녹화가 길게 진행되는 만큼 촬영 현장에서 관객 분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성적보다 팬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햇수로 10년, 횟수로 17회 째 장수하는 명절 특집 예능으로서 '아육대'는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왔다. 남녀 종목의 구분 및 이번 대회의 가수석 신설 등을 통해 부상이나 연애를 유발한다는 이미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스타 탄생부터 명절 잔치까지 많은 역할을 희망하고 있는 '아육대'가 가요계에서 앞으로 어떤 행사로 기억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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