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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역세권 개발지구에 왕실백자 주재료 ‘고령토’ 다량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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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역세권 개발지구에 왕실백자 주재료 ‘고령토’ 다량 매장

입력
2019.02.07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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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채취한 고령토로 만든 도자기. 도예가들은 타지역에 비해 발색도가 높다며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채취한 고령토로 만든 도자기. 도예가들은 타지역에 비해 발색도가 높다며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경기 광주시가 왕실백자의 핵심 도시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곳에 왕실백자의 주요 성분인 고령토와 목절점토 등의 광물이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매장된 곳이 역세권 개발지역에 묶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칫 양질의 고령토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일 토지주와 광주왕실도예사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광주시 역동 170-6번지 일원에 백자와 분청자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고령토와 목절점토가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

고령토는 백색 도자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하얀색 흙으로, 도자기로 만들었을 때 다른 제품에 비해 색이 밝고 단단한 게 특징이다. 목절점토는 철분이 많이 섞여 있는 흙으로, 청자와 옹기 등을 주로 만드는데 쓰인다.

이 곳의 흙이 고령토로 증명된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발견 당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토지주 A씨는 “하얀색의 흙이 계속해서 나오는 게 예사롭지 않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의견에 협동조합과 함께 도자기 시험제작에 들어가면서 하얀색 흙의 존재가치가 달라졌다. 아직까지 이 곳의 고령토가 실제 조선백자와 동일한 성분이란 결론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당시 도예가들 사이에선 일반 흙보다 발색도가 좋고 광주가 왕실백자의 산실이었음을 증명하는 근거로 추론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부친에 이어 열 여섯 살부터 도자기를 굽고 있는 이윤섭(53) 협동조합 총무이사는 “이곳 고령토는 녹는 온도가 1,750도에 달하고 발색도가 굉장히 높다”며 “광주에 분원이 있어 왕실도자의 산실이라고 했는데 고령토까지 나옴에 따라 왜 광주지역에서 왕실백자를 만들게 됐는지 역사적 고증이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반 도자기의 녹는 온도가 평균 1,100도에서 1,250도인 점을 감안하면 차이점은 분명하다. 온도가 높을수록 도자기의 녹는점은 높아지면서 단단하고 색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채취한 목절점토로 만든 도자기. 도예가들은 타지역에 비해 발색도가 높다며 전수조사를 벌여 채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경기 광주시 역동에서 채취한 목절점토로 만든 도자기. 도예가들은 타지역에 비해 발색도가 높다며 전수조사를 벌여 채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박상진 무형문화재(제41호) 분청사기장도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니 타 지역 백토에 비해 우수하지만 성형하기에는 다소 점력이 부족하다”면서도 “색이 맑고 하도가 높아서 차후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채굴과 장석과 점토 등을 소량만 첨가해도 성형하기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 목절점토로 만든 것도 조선시대 분청사기 색상과 흡사했다”며 “분청사기의 특징인 따뜻하고 부드러운, 안온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색깔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이 곳의 고령토 등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흙이 발견된 곳이 경강선 광주역 주변 역세권 개발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광주역세권 개발사업은 역동 170-6번지 일원 36만3,000m² 규모로 추진 중으로 2015년 9월 고시됐다. 도예가들의 검증 전에 고시가 되면서 사실상 채취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셈이다.

도예가들은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서 자칫 무작위로 파헤쳐질 수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 이사는 “조선백자의 전통과 역사, 맥을 잇는 소중한 문화자원인 만큼 정확한 시추를 통해 그 양을 측정해야 한다”며 “개발논리에 밀려 역사적 가치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광주시 역동 광주역세권 개발사업 지구에 양질의 고령토와 목절점토가 매장돼 있어 도예가들이 직접 점토를 채취하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경기 광주시 역동 광주역세권 개발사업 지구에 양질의 고령토와 목절점토가 매장돼 있어 도예가들이 직접 점토를 채취하고 있다. 토지주 A씨 제공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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