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ㆍ경기둔화 타격 본격화
정부, 수출 촉진대책 마련 TF 구성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수출국의 수출 실적이 지난해 11~12월 줄줄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교역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하강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상품수출통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12월 수출액이 집계된 11개국 가운데 한국(-1.35%), 중국(-4.46%), 싱가포르(-4.15%), 대만(-3.04%) 등 9개국의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수출 실적이 향상된 국가는 브라질(11.13%), 인도(0.34%)뿐이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1월 수출액 역시 지난해 1월보다 5.8% 감소(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통계)하면서 두 달 연속 내리막이다.
앞서 11월에는 주요 수출국이 대거 마이너스 실적으로 돌아섰다. WTO 통계상 지난해 1~10월 누적 수출액 상위 10개국 중 미국(1위)을 제외한 9개국의 11월 수출액이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독일(3위ㆍ-3.32%), 일본(4위ㆍ-0.23%), 프랑스(7위ㆍ-0.60%), 이탈리아(8위ㆍ-2.23%), 홍콩(9위ㆍ-1.14%), 영국(10위ㆍ-0.01%) 등 6개국이 1년 전보다 수출이 줄었다. 11월 수출이 늘어난 곳은 한국(6위ㆍ+3.76%), 중국(2위ㆍ+5.40%), 네덜란드(5위ㆍ+1.33%)인데, 이 중 한국과 중국은 그 다음달 수출이 역성장했다.
주요국 수출 부진은 글로벌 교역 둔화와 맞물려 있다. WTO에 따르면 2015~2016년 2년 연속 감소(전년동기 대비)하다가 2017년 10.7% 증가로 반등한 전 세계 교역액(수출액과 수입액을 더한 값)은 지난해 1~7월에도 13.5% 증가하며 호조를 보이다가 8월 8.6%, 9월 4.1%로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WTO의 세계교역 전망지수 또한 재작년 4분기 102.2에서 지난해 4분기 98.6으로 하락하며 교역 위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및 교역 부진의 원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첫손에 꼽힌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세계 무역 전반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무역전쟁 당사국 중 하나인 중국의 4분기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이 3분기(11.7%)보다 급감한 4.0%에 그친 배경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파급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맞물려 글로벌 경기 둔화도 세계 교역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로 전망했다가 석 달 만인 지난달 3.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 교역이 줄어들면 수출이 주 동력인 우리나라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수출이 3.7% 증가해 지난해(5.5%)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2.5%, 한국금융연구원은 2.1%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출 증가율을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국제 교역이 생각만큼 확대되지 못하면서 우리 수출산업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도 수출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응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최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달 중 발표될 대책에는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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