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권 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부터), 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 인사, 전통시장 방문, 복지현장 점검, 언론 인터뷰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2ㆍ27 전당대회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전장을 던진 후보들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당 대표에는 김진태ㆍ심재철ㆍ안상수ㆍ정우택ㆍ주호영 의원, 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 전 총리(가나다순)가 출마 선언을 한 상태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번 주 마지막으로 출마 선언식을 가질 예정이다.

8명의 후보가 당권을 목표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의 ‘3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이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과거 인연을 뒤로하고 이제 서로를 딛고 일어서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는 고려대 동문이다. 각각 1961년생, 54년생으로 학교를 같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홍 전 대표가 졸업한 행정학과가 당시에는 법과대학 소속이어서 법학과를 졸업한 오 전 시장과는 비교적 가까운 선후배 사이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계 입문 이후 둘은 악연의 연속이었다. 2006년 홍 전 대표가 뛰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에 오 전 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뒤늦게 가세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오 전 시장을 향해 “이미지 정치만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과는 오 전 시장의 승리였다.

둘의 갈등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홍 전 대표의 거센 반대에도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시민투표를 강행, 결국 시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폭발하기에 이른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오 전 시장을 두고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 찾기에 어려움을 겪자, 홍 전 대표는 오 전 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거듭된 요청에도 오 전 시장이 출마를 거절하면서 둘의 사이는 회복 불가하게 됐다는 말이 여의도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공동의 적’(황 전 총리)이 생긴 때문일까. 최근 두 인사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진 듯한 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대표 출마 선언식에서 황 전 총리를 ‘탄핵 총리’라고 칭하는 등 직접적으로 비판한 반면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대학 후배라서 말 못하겠다”고만 말했다.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단 둘이 수 차례 회동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결이 다른 두 인사지만 ‘막판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황교안(왼쪽부터) 전 국무총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황 전 총리는 사법연수원 제13기, 홍 전 대표는 제14기 출신으로 모두 청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대해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의 아들 이름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한때 친하게 지냈다”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와 청주지검에서 1년 4개월 동안 옆방에 있었다”면서도 “반듯한 공무원이지만 정치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홍 전 대표는 또 “처음에는 전당대회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정치 경력이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이 당이 ‘탄핵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나오게 됐다”고 밝히는 등 황 전 총리 비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앞선 두 인연과는 반대로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당한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의 경우 이전까지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당 부산시당 행사에서 조우한 게 이들의 첫 만남이다. 공교롭게도 라이벌로서 연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와의 경쟁 구도에 대해 “앞으로 40일 정도 남은 선거 운동 기간에 그 분의 비전이라든가 정치적 역량, 각종 검증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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