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강제 수용 우려” 반발 확산 
 선 교통망 확충 계획도 실효성 논란 
1일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가 들어설 경기 남양주 진접ㆍ진건읍, 양정동 시내 곳곳에 ‘3기 신도시 추진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1일 3기 신도시 왕숙지구가 들어설 남양주 개발예정지 모습.

“헐값에 집과 땅 다 뺏기고 그냥 쫓겨나는 거죠.”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신도시 추진에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 홍모(50)씨는 “서울 집값 잡겠다고 이쪽(남양주) 주민들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한 채 신도시로 지정해버렸다”며 “대책도 없이 쫓겨나야 할 주민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가 왕숙지구가 들어설 진접ㆍ진건읍, 양정동 시내를 둘러보니, 곳곳에 ‘3기 신도시 추진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플래카드엔 ‘자고 일어나 보니 강제수용’, ‘우린 이대로가 좋다’ ‘신도시 개발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농촌지역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흘렀다. 빽빽하게 들어찬 비닐하우스 사이 사이에 3기 신도시 반대 집회 개최를 알리는 붉은 색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곳 남양주 왕숙지구(1,134만㎡)는 정부가 지난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발표한 3기 신도시(하남 교산ㆍ인천계양ㆍ과천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정부 계획에 주민들은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개발지구 주민들 사이엔 헐값에 강제수용 돼 손해만 보고 쫓겨날 것이란 인식이 짙게 깔려있었다.

김용섭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 대외협력 국장은 “2014년 남양주 다산신도시 개발 당시 주민들은 시세의 절반 정도의 보상금만 받고 쫓겨났다”며 “자기가 산 가격도 안주고 뺏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 강제 수용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위기감에 장외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 왕숙1ㆍ2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300~500여명은 지난해 12월 24일과 지난달 28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왕숙지구 수용반대 투쟁집회’를 열었다.

경기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24일 남양주시청 정문에서 왕숙 1,2지구 수용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왕숙지구 국민대책위원회 제공
 ◇부동산은 지구 안팎 희비 갈려 

부동산은 개발지구를 경계로 희비가 갈리는 분위기였다. 개발지구 예정지 내 토지나 주택은 거래가 거의 없는데 반해 지구 밖의 부동산은 기존 매물까지 거둬들이는 등 매물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진건읍의 한 부동산 사무실 관계자는 “개발지구 내 토지나 주택은 헐값에 보상될 거란 우려 때문인지, 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놔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며 “반면 개발지구 밖은 신도시 개발로 호재에 힘입어 발표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성공한 신도시의 면모를 갖추겠다며 내놓은 ‘선(先) 교통망 확보, 후(後) 입주’라는 정책 기조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심사 면제사업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인천 송동~남양주 마석)이 빠진 게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GTX-B노선은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하나로 왕숙지구(신설역사)의 핵심교통시설이었던 만큼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이덕우(66) 왕숙지구 국민대책 위원장은 “GTX-B노선이 예타 면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사업이 언제될지 기약이 없게 됐다”며 “이에 반해 왕숙지구는 당장 2023년부터 입주하기로 해놨는데, 과연 선 교통망 확충대책으로 추진될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GTX-B노선에 대한 예타를 연내에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주민들의 실망감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민 반발이 확산되자, 남양주시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신도시 조성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적정보상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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