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정부에 규제 촉구
한국 기업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일부가 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수출업체 등 누가 책임을 져야할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6,500여톤 가운데 1,400톤을 실은 선박 ‘스펙트럼 N(SPECTRUM N)’호가 오전 6시30분쯤 평택항에 도착했다. 그린피스는 현장에서 환경부를 대상으로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국내 유턴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 중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압류돼 있던 51개 컨테이너에 담긴 1,400톤이다. 그린피스 측은 “환경부는 이를 1,200톤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필리핀 관세청으로부터는 1,400톤으로 확인했다”며 “폐기물량을 다시 체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7월에 수출된 5,100톤은 여전히 민다나오섬 내 수입업체 부지에 방치돼 있는데 아직 반입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이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한국의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로 인한 폐기물 문제와 처리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약 672만톤으로 1인당 평균 132㎏에 달한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국 중 3위로 미국, 일본보다 높은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폐기물량도 많다는 게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포장재비닐, 스티로폼, 일회용플라스틱 용기 등 플라스틱 생활계폐기물량은 연간 378만3,298톤, 산업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더하면 전체 폐기물은 연간 876만4,599톤에 달한다. 이중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70% 이상으로 이는 소각 혹은 매립되거나 수출된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와 소비를 규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플라스틱을 감축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규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불법적인 야적 및 수출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지금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뿐 아니라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각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조사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소비 감축 목표, 생산자책임 확대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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