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카타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축구에 큰 과제를 안겨준 대회다. 멀게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가깝게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영광에 젖어 ‘우승 적기’란 장밋빛 평가가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통틀어 만족할 만한 경기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8강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기존 16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24개국 체제로 펼쳐진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에서도 축구변방으로 꼽힌 팀들이 처음 아시안컵 본선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만만찮은 전력을 드러내며 강팀들의 진땀을 뺐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에 1-0 진땀승을 거두고 16강전에서 바레인에 고전한 한국의 여정만 지켜봐도 이번 대회에선 아시아 팀들의 상향평준화, 동남아 국가들의 약진이 뚜렷했다.
아직 아시아국가들 사이 수준차이는 존재하지만, 약체로 평가 되던 팀들은 해외선수 귀화 또는 이중국적자 영입, 유소년 선수 육성을 통해 전력을 높였다. 여기에 강팀을 상대하는 법을 충분히 익혀 아시안컵 무대에 나서면서 ‘승점자판기’로 전락한 팀 또한 거의 없었다. 한국과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고전하고, 호주 또한 첫 경기에서 패하는 등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속속 이변도 나왔다.
대회 초반 참가국 확대로 인한 경기수준 저하 우려가 컸지만 동남아 팀들의 예상 밖 선전은 되레 아시아축구시장 성장의 발판이 됐다.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성과를 통해 뜨거운 축구 열기를 안고 이번 대회에 나선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이라크(2-3), 이란(0-2)에 쉽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예멘과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극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서도 요르단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는 집념을 보이면서 국제무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외국인 감독에 대한 신뢰 및 공격적인 귀화 선수 영입을 통해 아시아 신흥 강자로 떠오른 카타르의 성장도 한국으로선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2014년부터 카타르의 19세 이하 대표팀 을 맡았던 펠릭스 산체스 감독은, 2016년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재작년부터 국가대표를 맡았다. 연령별 대표팀부터 선수를 육성해 온 그의 커리어는, 아시아보단 월드컵 등 국제무대 성적에 매달리며 성적이 저조할 때마다 옷을 벗은 한국 대표팀 수장들 운명과는 사뭇 달랐다.
국제 축구시장에 대한 투자와 선수들의 성장 방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위치는 위태롭기까지 하다. AFC 및 아시안컵 후원사 가운데 한국 기업은 단 한곳도 없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 전체 후원사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 대표선수들이 대체로 돈과 안정을 쫓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면 일본 선수들은 1,2부 리그를 막론하고 대체로 유럽에 도전해 국제경쟁력을 쌓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