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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과장급 74% 바꾼 기재부, ‘신재민 사태’ 재발 막을까

입력
2019.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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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최고 엘리트 조직으로 꼽히는 기획재정부에선 지난달 30일 과장급 정기인사가 있었습니다. 기재부에는 109개의 과장 직위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81개(74%)를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2001년 공직에 입문한 행정고시 45회 출신 9명이 신규 과장으로 본부에 배치되는 등 2000년대 이후 젊은 행시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관리자 자리에 오른 것이 눈에 띕니다. 기재부도 “기수를 넘어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주요 직위에 발탁해 조직의 긴장감과 활력을 제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인사(人事)라는 것은 전문성 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분위기를 쇄신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위기 시 빠르고 정확한 결정으로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냉철한 분석과 예측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해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토대가 바로 인사인 것이죠.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예산, 세제, 공공기관 관리, 국제경제 대응 등 경제 전반을 이끌어가는 기재부의 인사는 지금과 같은 경기 악화 상황에 더욱 중요하다 볼 수 있을 겁니다. 관리자급 인사가 모두 마무리 된 지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투철한 사명감, 고조된 의욕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우리 경제를 신명 나게 해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국ㆍ과장, 과장, 부서끼리 갈등과 불신 

그러나 기재부에는 인사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그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부서 내 소통 부족과 부서 간 칸막이 문제가 눈에 확연하게 띌 정도로 두드러졌습니다.

실제 모 부서에는 국장과 과장이 의견 대립을 보이다 수 개월 동안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로잡을 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부서는 총괄과장이 다른 과장들에게 실ㆍ국장 일정이나 동선 등을 공유하지 않은 채, 과장들끼리의 주초 회의 때 ‘통보한다’는 볼멘 소리도 적잖게 나왔습니다. 몇몇 과장들은 “실ㆍ국장 일정이 무슨 대단한 정보라고 단체방에서 공유하면 되지 나머지 과장들을 앉혀놓고 ‘받아쓰기’를 시키느냐”며 목청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부서간 장벽도 여전히 높은 걸로 보입니다. 다양한 분야로 부서가 나뉘어지긴 했지만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중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 부서가 내놓은 대책과 안건들을 펼쳐놓고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드물다는 얘깁니다.

한 과장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만들면서 큰 방향에 대한 제시도 없이 ‘너네 부서에선 뭘 할지 내놔보라’는 식의 주문이 많다”며 “물론 과장보다 높은 분들이 조율하겠지만 관리자라고 하는 과장들도 발표될 때까지 모르는 ‘깜깜이’ 대책이 만들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못하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배경에 이런 요인들도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달 2일 서울 모처에서 자신의 폭로와 관련한 일련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달 2일 서울 모처에서 자신의 폭로와 관련한 일련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가 성찰 계기될까 

자잘한 갈등과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조직에는 큰 화를 부릅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사건도 이런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말 ‘기재부의 민영기업 KT&G 사장 교체 압력 행사’,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폭로하면서 기재부는 물론 정국까지 뒤흔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정책결정 과정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신 전 사무관은 극히 일부의 경험을 전부인 것처럼 판단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기재부의 내부, 부처 간 소통 단절이 ‘신 전 사무관의 폭로’라는 사건을 잉태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지적한 소통 부재, 부서간 칸막이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신재민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신 전 사무관 사건 이후 기재부에서 소통을 강화하려는 모습이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부터 세종청사 사무실을 자주 찾습니다. 지난주에는 주 3일을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봤습니다. 홍 부총리는 1, 2차관을 포함해 실ㆍ국장도 자주 세종청사에 내려와 과장, 사무관들과 소통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과장급 대폭 인사도 소통 강화를 통한 분위기 쇄신 차원도 적잖다”고 말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이 있죠. 이번 과장급 인사로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과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그래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해쳐나갈 좋은 정책이 나오길 응원해 봅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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