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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세력의 보복판결” 격앙된 친문, “사법부 신뢰 훼손 안돼” 신중한 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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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세력의 보복판결” 격앙된 친문, “사법부 신뢰 훼손 안돼” 신중한 비문

입력
2019.02.02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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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사태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사태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법정구속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속에 빠져들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며 총력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취임 6개월을 막 넘긴 현직도지사가 구속돼 도정에 차질이 빚어진 데 그치지 않고 상급심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도지사 선거를 다시 해야하는 참담한 국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제19대 대선 등을 겨냥한 댓글조작 혐의란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등장한 초대형 이슈란 평가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 야당은 김 지사의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거세게 요구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며 재판결과에 사실상 불복하고 있다. 정치권 분위기를 놓고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재판결과만 본다면 민주주의 근간인 여론과 민의를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되며 이에 현혹되면 개인은 물론 우리사회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역대정권 모두 댓글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야하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선거에서의 온라인 여론전의 문제는 트위터가 등장한 이후 줄곧 논란이었죠. 2012년 대선 때는 심각했어요.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도 SNS지원단이 문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물론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박근혜 당시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과는 차원이 다르긴 하죠. 모바일 시대 온라인 여론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정치인들로서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일이 더 잦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흥미로운 건 드루킹 이전에 댓글조작은 주로 보수정치권에서 일어났다는 점이에요. 주요 지지층이 고령인 만큼, 온라인 대응이 빈약할 수밖에 없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댓글조작의 유혹에 쉽게 빠졌던 거죠. 2012년 대선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국정원 댓글사건은 물론이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등이 연루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도 있었고요.

불나방=한국당은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같은 야당이라도 바른미래당은 안철수가 최대 피해자란 반응인데 분위기가 어떤가요.

꺼진불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이었기에, 밑바닥에서 시작한 한국당은 드루킹 여론조작 타격이 그리 크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범보수 대권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한 일부 의원들은 분개할 수 있겠죠. 반 전 총장 지지율 추락을 부추긴 ‘턱받이 논란’기사가 주요 포털 메인을 오랫동안 장식했던 것이 드루킹 일당 작품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타격이 큰 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지요. 대선 한 달 전만해도 안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를 제치면서 당선까지 점치는 평론가들도 많았으니까요. 드루킹 일당이 포털사이트를 도배하게 만든 ‘MB아바타’ 발언으로 추락하기전까지는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민주당은 사법적폐세력의 보복판결로 규정했죠. 야당들의 대선불복 프레임을 차단하는데 당력을 총동원한 상황인데 왜 그런가요. 친문 의원과 비문 의원들의 반응이 다른가요.

가끔 혼술(혼술)=친문과 비문의 반응은 민주당 안의 여야라고 할 정도로 천지차이입니다. 친문 측은 김경수 의원을 향한 지지와 사법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내는 반면, 비문 측은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다소 차분한 분위기 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거세게 항의할 때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삼권 분립이 확고하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김 지사 건에 대해서는 비문 의원들이 더 대통령의 뜻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유감 표명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문 대통령의 ‘사법부 존중’ 입장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죠.

불나방=이번 일로 여권내 차기주자로서 김 지사의 잠재력은 사라졌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김 지사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탄탄한 경력을 쌓고 있었는데 PK출신 차기주자를 하나 잃은 건가요.

여당탐구생활=여권 전체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정도만 제외하고 차기 후보들이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친문 핵심인 김 지사의 낙마까지 더해 역학구도 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요. 일단 박 시장이 당내 세력을 확대할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친문의 견제를 받아온 박 시장이 입지확대 측면에서 기회를 얻은 거죠.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박 시장 역시 안심할 처지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요.

혼술=민주당은 PK 총선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지사는 여당에서 몇 안 되는 PK 친문계의 핵심인데요, 내년 PK 총선에서도 당의 ‘남진(南進)’ 정책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파다했죠. 다만 김 지사가 구속되면서 친문계에선 PK의 몇 안되는 자원인 조국 민정수석의 등판론이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홀리데이 핫초코=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시작된 '안이박김' 괴담이 김 지사 판결을 기점으로 재조명되고 있어요. 여권 유력주자들의 수난사인데요. 김 지사가 대권에서 완전히 탈락했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이지만 큰 타격을 입은 건 사실이죠. 그래서일까요. 판결 직후 '유시민 테마주'의 가격이 급등하더군요.

여의도 치맥 맛좀 볼래=아직 김 지사의 존재감 상실로 판명 짓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어요. 2002년 대선 이후 나라종금 사건에 휘말려 스스로 폐족이라던 안희정 전 지사도 차기권력으로 떠오를 때까지 숙성의 시간이 걸렸죠. 만약 김 지사가 2·3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명예를 회복한다면 김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해 질 수 있어요. 드루킹 사태를 거치며 지방선거에 나오기 전, 경남에선 '대체 김경수가 누구냐'란 말이 나오기도 했었죠. 정치인은 맞으면 맞을수록 성장한다는 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불나방=손혜원에 손석희, 대통령 사위와 딸의 해외이주, 김경수 구속까지 사건이 터지면 더 큰 사건이 덮는 긴박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요. 설 연휴 민심이나 이후 대통령 지지율을 정치권에선 어떻게 예상하나요.

혼술=손혜원 무소속 의원 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띌 것으로 보입니다. 손혜원 이슈가 터지며 문 대통령이나 여당지지율은 하락했는데요. 반면 광주나 2030대 핵심 지지층은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났어요. 김 지사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친문 그룹은 물론 여권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여권 핵심지지층은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뚜벅이=지금의 전략으로 중도층 민심까지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선고결과를 놓고 ‘양승태 키즈’니 특수관계니 하는 공격에 대해 오히려 반감을 갖는 중도층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억지공격이란 느낌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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