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의 구독자는 25만.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진행되는 노무현재단 구독자는 67만. 여야를 대표하는 전ㆍ현직 스타 정치인이 나선 유튜브 전쟁에 정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기성세대의 이야기일 뿐,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채널은 따로 있다. ‘윾튜브’ 같은 곳 말이다. 하회탈을 쓴 사람이 등장해 수 분가량 짤막한 정치ㆍ사회 평론을 풀어내는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한때 무려 60만에 달했다.
한때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 채널이 최근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으로 삭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이 채널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차별 및 혐오 발언, 사실관계 왜곡 등으로 분란을 일으켰는데, 어쩌면 그게 이 채널의 인기 비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결국 과거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서 천안함, 세월호 등을 조롱했던 과거 행적이 발각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디시인사이드, 말 그대로 인터넷 하위 문화의 모체라 불리는 사이트다. 세간의 유머와 유행이 모두 여기에서 파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심지어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이 여기에서 줄곧 소재를 훔쳐올 정도다. 막강한 익명성, 금기가 없는 방종에 가까운 자유가 그 창조성의 기반이란 평가다. 그러나 그런 만큼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이 인기를 끈다. 온갖 악성 소문이 퍼지고, 심지어 패륜이나 범죄에 가까운 행위, 표현이 용인되기도 한다.
‘윾튜브’ 등이 누린 인기의 기반에 이미 디시인사이드 하위 문화가 깔려 있었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진보 진영을 공격하며 스스로는 합리적인 척 하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배척, 혐오, 극단적 선동 등 악의적 문법이 깔려 있다. 이건 보수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정서는 유튜브는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의 기반에 굳건히 자리 잡았으며, 정치와 문화, 심지어 진보 운동과도 결합해 있다. 이건 이제 하위문화가 아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차별금지법은 요원하고 혐오 발언이라 해서 죄다 형사처분으로 틀어막는 것도 위험하다. 디시인사이드를 없애는 건 일베, 워마드를 폐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고, 설사 폐쇄한다 해도 혐오 자체를 없앨 수 없는 이상 혐오는 또 다른 둥지를 틀고 퍼져 나갈 것이다. 한편으로 흥미로운 것은 디시인사이드가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합리적 보수를 가장하던 이들이 여기에서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며 몰락하고 있다. 어쩌면 차라리 하수구는 그대로 놔두는 게 나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손 놓고 있자는 건 아니다. 막을 곳은 막아야 한다. 특히 정책 결정권자들이나 기성 매체가 디시인사이드식 하위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이해하든 경멸하든 그 하위 문화를 아예 몰라서는 안 된다. 심지어 유력 정치인들까지 기성 운동의 문법으로 이런 새로운 조류를 이해하고 함부로 편승하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혐오를 확대 재생산할 뿐 아니라, 정치 자체를 혐오가 충돌하는 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도 요구돼야 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해외 기업이다 보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더욱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있다. 표현의 자유 자체는 보장하되 편향을 강화하는 추천 알고리즘엔 개선이 필요하고, 허위 사실, 혐오 표현 등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을 장치도 있어야 한다. 물론 이미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도 더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용자들을 위해 제안한다. 유튜브로는 앞으로 고양이를 보자. 유튜브의 추천 영상 알고리즘상, 고양이 영상을 몇 개만 보면 이제 앞으론 고양이만 나올 것이다. 정치 유튜브처럼 쓸데없이 화도 안 나고, 마음이 행복해진다. 어쩌면 고양이가 세계 평화를 이룰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보자.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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