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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통신사업자가 만든 ‘킹덤’

입력
2019.01.31 19:00
수정
2019.01.31 2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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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제공

한국 작가가 대본을 쓰고, 한국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도 모두 한국인.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이다. 좀비라는 소재가 그나마 이국적이다. ‘킹덤’의 외형은 여느 한국 드라마와 다를 바 없지만 속성은 크게 다르다. 좀비들이 창궐해서 집단으로 사람들을 물어 뜯는다.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 장면도 묘사된다. 기존 한국 드라마는 엄두도 못 냈던 표현수위다.

□ ‘킹덤’이 잔혹한 장면을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본의 속성에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인 넷플릭스가 제작비 120억원(추정)을 들여 만들었다. 넷플릭스 같은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된다. 방송사업자가 아니니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만든 영상은 영화처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만 받는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과 달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사후 심의를 받지 않으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다.

□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7.2%가 스마트폰을 가장 중요한 필수매체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고 오락거리를 찾는다. 많은 이들이 방송 콘텐츠를 TV대신 스마트폰으로 즐긴다. OTT 이용자 93.7%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OTT 콘텐츠를 보고 있다.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 내용 규제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통계는 보여준다. 미국처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내용 규제가 필요하지만 방송과 통신을 가로지른 법제도적 칸막이는 여전히 높다.

□ 미국영화협회(MPAA)는 넷플릭스를 새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영상산업을 주도하는 MPAA의 기존 회원은 월트 디즈니, 소니 픽처스, 워너 브러더스, 20세기폭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픽처스다. 오랜 역사를 지닌 메이저 영화사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넷플릭스가 거대 영화사로 할리우드에서 자리잡게 된 셈이다. 기존 영화산업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할리우드에서 ‘왕따’ 취급받던 넷플릭스의 대변신이다. 넷플릭스를 여전히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인 현실이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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