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지역 경제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서울우유 유가공 신 공장 건립이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공장 부지를 사들이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일부 땅이 폐수처리장 건립에 꼭 필요한 걸 뒤늦게 안 것이다. 시의 각종 행정지원을 받아온 서울우유가 어이없는 실수로 위기상황에 처한 것이다.
31일 양주시에 따르면 서울우유 측은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우유 본 공장 착공에 따라 폐수처리장 건립 인허가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조합은 10여일 만인 11월 7일 인허가 신청을 취하했다. 폐수처리장의 폐수를 외부로 빼내는 관로가 지나는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예상치 못한 문제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우유는 2016년 신 공장을 짓기 위해 250억원 가량을 들여 은현면 용암리 19만4,770㎡부지를 사들이면서 이 땅에 붙은 995㎡만 매입하지 않았다. 전체 공장 부지의 0.5%에 불과했으나 하천부지라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매입 계약까지 했다가 일반산업단지 승인 후 구획정리 때 따로 떼어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 소유주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2년 뒤 당시 매입하지 않은 땅이 공장 건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장 폐수처리장에서 나온 폐수(하루 1,000톤 예상)를 외부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관로를 땅에 묻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치상 이 땅 없이는 폐수처리장 인허가는 사실 불가능하다.
다른 대안으로 공익사업 보상법에 따른 토지 강제수용이나 폐수처리장 관로를 우회하는 방법도 있으나,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추가 비용부담도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
날벼락 같은 상황에 서울우유가 토지주와의 재 협상에 나섰으나 5개월째 해당 토지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적 여유도 없다. 서울우유 측은 2018년 8월 유가공장(5개동 2,500㎡)을 착공했다. 완공은 2020년 9월. 기존 용인 공장(4만4,000여㎡)까지 매각이 이뤄져 이때 반드시 양주 신공장으로 이전해야 한다. 인허가 절차와 건설기간, 시험가동 기간(3~6개월) 등을 감안하면 폐수처리장 추진은 시급하다. 자칫 생산시설은 완성됐지만 필수시설인 폐수처리장 부재로 정작 중요한 공장 가동엔 들어갈 수 없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단 얘기다.
양주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우유 공장 정상화를 위해 그 동안 규제완화(단지 도로확보율 8%→2.5%)와 각종 행정지원을 해왔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다”고 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부지 매입 당시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조만간 협의매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폐수처리장 건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000억원을 들여 하루 최대 1,690톤의 원유와 유제품을 생산할 서울우유 양주공장은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유가공 공장이 된다. 800여명의 신규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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