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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기 둔화 경고음 속… 트럼프ㆍ시진핑, 2월말 무역협상 담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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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기 둔화 경고음 속… 트럼프ㆍ시진핑, 2월말 무역협상 담판 전망

입력
2019.01.31 17:31
수정
2019.02.01 01: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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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 1분기 성장률 1%대"… 中 기업들 자금난ㆍ감원 바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0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TV에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0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TV에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잘 나가던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크게 꺾이고, 팽창을 거듭하던 중국 기업들은 유례없는 감원 작업에 착수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급격히 활력을 잃자 미국 경제까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 갈등을 풀기 위한 미중 고위급 협상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 일정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월 말 미중 정상이 직접 만나 협상에 종지부를 찍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 중이라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3월 1일 ‘휴전 종료’를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무역전쟁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까지 중국과 협상 타결이 안 되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율을 25%까지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꺾이는 미국 경제

지난해 중반 4%대까지 상승했던 미국 성장률이 올해 1%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WSJ은 30일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로 머물렀으며, 올 1분기는 1.8%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2분기, 3분기 각각 4.2%, 3.4%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반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 거라는 관측이다. 이 신문은 다만 올 2분기 성장률은 소폭 상승한 2.5%로, 지난해 4분기 이후 9개월간의 평균 성장률이 2.3%로 나타나 “나쁘진 않지만 둔화세”라고 평가했다. 당초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해 4분기 GDP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35일 동안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여파로 발표를 연기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 때 2019년 GDP 성장률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 역시 28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3.1% 성장률이 올해 2.3%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2018 1~3분기 실적치ㆍ2018 4분기 이후는 예상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2018 1~3분기 실적치ㆍ2018 4분기 이후는 예상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WSJ는 미국의 내수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지만, 중국ㆍ유럽의 경제 둔화로 수출품에 대한 국제수요가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임금 인상 덕에 미국의 내수 소비는 여전히 총수요 3분의2 이상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급격히 활력을 잃고 있는 게 문제다. WSJ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교역 약화로 지난해 12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54.1%로 근 2년 중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미중 무역전쟁은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올해도 3% 성장을 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 악화하는 중국 경제

중국의 한 고속철 플랫폼. 연합뉴스
중국의 한 고속철 플랫폼. 연합뉴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스마티산(Smartisan)은 최근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쓰게 한 후 연차휴가와 연말보너스, 기존 직함 등을 포기한 경우에만 재입사를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자금 사정 악화로 다른 기업에 인수된 뒤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인 더우위(斗魚)도 얼마 전 광둥(廣東)성 선전(沈圳)을 비롯한 7개 지사에서 1,000여명을 감원했다.

중국 고용시장의 한 축이었던 인터넷ㆍ모바일 분야 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조직을 축소하거나 외부 채용을 중단하고 있다. 메이퇀(美團)ㆍ모바이크ㆍ취덴(趣店) 등이 대표적이다. 1,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오포의 경우 전체 직원의 10%만 남은 상태다. 심지어 알리바바와 징둥(京東)닷컴 등 내로라하는 대형 기업들을 둘러싼 소문도 무성하다. 미국 내 화교신문 다지위안(大紀元)은 “중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부인하지만 고용시장에는 이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의 수출 전진기지이자 첨단기술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광둥성의 경우 전통 제조업체의 30% 가까이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정보기술(IT) 분야 업체의 줄도산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기 침체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정보업체 쯔롄(智聯)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전체 채용 공고량은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국 월간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
중국 월간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

중국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8년만에 최저치인 6.6%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은 31일 올해 1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PMI가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 국면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29개월만에 처음으로 50 미만을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부정적인 성적표가 나온 것이다. 생산 유발효과가 크고 소비심리에 민감한 자동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29년만에 마이너스였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한달 동안에만 지하철ㆍ철도 건설과 도로 정비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170조원 가량이나 승인했을 만큼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적 관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조차 “올해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비관적인 한 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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