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28)씨는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방은 “당신 명의가 도용돼 1억4,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오늘 오후 2시 성균관대역에서 우리 금감원 직원을 직접 만나 돈을 건네고 당신 계좌를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일반적인 수법은 계좌이체 활용으로 알고 있던 그는 직접 ‘대면하자’는 말에 의심을 풀었다. 이어 청약자금까지 해지해 만든 1,980만원을 금융감독원 사칭 직원인 엄모(28)씨에게 직접 건넸다. 하지만 돈만 받고 다급하게 사라진 엄모씨를 수상하게 여겼고 경찰에 신고했다. 엄씨는 결국 이달 10일 구속됐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대담해지고 있다. 종전까지 주로 계좌이체를 통해 이뤄졌던 범죄 수법이 전철역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의 대면 접촉으로 확대되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3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모두 5,883건으로 이중 대면 편취가 248건(4.2%)을 차지했다. 계좌이체 5,448건(92%)에 비해 건수는 미미하지만 2016년 37건, 2017년 124건에 에 머물렀던 사례에 비하면 보이스피싱의 대면 편취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대면 편취의 주된 장소는 전철역으로, 110건(44%)에 달하면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교주변 58건(23.4%), 노상 46건(18.5%), 카페 21건(8.5%) 등의 순이었다. 대면 편취 사칭 기관으론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의 공공기관이 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면 편취 증가세는 심리적인 부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입장에선 얼굴이 노출될 경우 가해자에게 보복 등의 2차 피해까지 감안, 경찰 신고 자체를 꺼려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전철역 등의 공공장소가 대면 편취의 접선 지역으로 애용되는 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선 감시도 힘든 데다 도주 또한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은 지하철과 전철역 등을 중심으로 순찰 강화와 더불어 역사 내 홍보포스터 부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는 경찰의 단속과 홍보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은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꼭 인지하고 의심되면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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