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의원에 배포한 문건서 “정부안은 중국 공안화 법안”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정부안을 ‘중국 공안화 법안’으로 폄하하고 우리 경찰 조직을 독일 나치정권의 ‘게슈타포’에 비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부적절한 행동이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정부 합의안 및 사개특위 진행에 대한 각계의 우려’란 제목의 문건에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해 관련 부처 의견을 취합해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및 직접 수사 제한 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담았다. 문건은 대검 기조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문건에서 “법으로 검찰 수사를 제한하는 나라는 중국뿐이고 내용면에서 정부안은 중국 공안화 법안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고 정부안을 문제 삼았다. 이어 “국내정보를 국가경찰이 독점하는 것은 그 유례가 없고, 정보기구가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과거 나치 게슈타포와 유사하다”면서 우리 경찰 조직을 나치의 비밀경찰에 비유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문건에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는 여론을 담았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정치권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게슈타포’ 등의 표현을 동원한 것은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공식의견이라면 국가기관의 품격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도 “국회의 이해를 돕는 차원의 참고자료라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정부기관을 비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검찰 주장에 왜곡된 사실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중국의 전례를 참고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흐름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독일과 프랑스는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이 주어지긴 하지만 자체 수사력이 없어 사실상 수사에 대한 통제기관 역할만 맡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넘어가는 수사 종결권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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