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는 최근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아마 같은 목적 아래 고민하고 또 노력하는 브랜드는 정말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다만 토요타의 행보는 제법 인상적이다. 다른 브랜드들이 전동화 및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토요타는 ‘즐거운 드라이빙’이라는 부분 또한 중요한 맥락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타는 이러한 행보를 위해 지난 2015년, 파편화되어 있던 토요타 그룹의 모터스포츠 활동을 하나로 묶은 ‘가주 레이싱’을 출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디비전 ‘GR’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는 토요타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기조의 실행 내역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인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또한 더하며 ‘이성적인 부분(전동화 및 관련 기술)과 함께 감성적인 부분(펀 드라이빙 등)을 모두 아우르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첫 번째 시작, 토요타 86
이러한 기조의 첫 작품은 바로 토요타 86이었다.
실제 토요타는 86을 공개하며 ‘자동차를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토요타가 선보이고 있는 활동의 시발점과 같았다. 토요타는 86을 하나의 자동차이자 자신들의 수단으로 삼아 그 동안 경제적인 부담 등을 비롯해 여러 사유로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던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매력과 즐거움을 알리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86 데뷔 즈음에 시작된 토요타의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 ‘아이러브카즈(I♥Cars)’ 또한 86과 함께 전개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대대적인 규모의 아마추어 레이스의 지원과 86/BRZ 원 메이크 레이스의 출범 및 운영, 그리고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빙 스쿨 또한 더욱 다채롭게 변화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스즈키 짐니가 새롭게 데뷔하면서 ‘튜닝의 소재’로 급작스럽게 주목 받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규모로 본다면 토요타 86이야 말로 자동차 마니아들이 가장 가지고 놀기 좋은 자동차처럼 조명되었고, 실제 86을 기반으로 한, 86을 위한 튜닝 패키지와 상품 등이 마쿠하리 메쎄를 가득 채웠다.
토요타 스포츠카 프로젝트 두 번째
유럽, 특히 독일의 프리미엄 스포츠 모델들에게 밀려 21세기 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프라는 곁에서 지켜보던 이들에게는 ‘일본 스포츠카의 사망 선고’와 같았다. 실제 수프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일본에서는 70~90년대의 황혼을 떠올리게 하는 스포츠카를 기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10년 정도가 흐른 후, 토요타는 86을 공개했다.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또 86들은 일본의 일반 도로와 모터스포츠 무대는 물론이고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 및 튜닝 시장에서도 이목을 끌며 토요타 및 일본 자동차 시장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86의 엔지니어였던 타다 테츠야를 독일로 보내 BMW와 함께 새로운 스포츠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번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위장 데칼 사양’으로 그리고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완전한 외형과 주요 제원을 공개한 A90, 신형 수프라다.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는 위장 데칼 사양이었지만 특별한 차량이 하나 더 추가되었따. 2020년부터 슈퍼GT GT500 클래스에 투입될 바로 ‘GR 수프라 슈퍼GT 컨셉’이 그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토요타는 모터스포츠 무대에 수프라를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사실 이미 미국에서는 나스카 레이스카 카울로 수프라를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수프라 개발 과정에서 기술 개발 및 연구는 BMW와 함께 했지만 수프라는 BMW Z4 개발팀과는 별도로 운영되어 토요타 및 일본 스포츠카 고유의 요소들을 더욱 많이 담았다고 한다.
토요타는 그 동안 86 외에는 일본 내에서 ‘일본 스포츠카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모델들을 선보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모터스포츠, 레이스카 개발 등에 대한 경험이나 기술 개발은 이미 충분히 축적했다.
실제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전시된 레이스카들이 이를 증명한다. 경기 종료 3분을 앞두고 지옥으로 떨어졌던 악몽을 딛고, 결국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우승을 이뤄낸 TS050-하이브리드와 아데아체 취리지 24시간 내구 레이스 사양의 LC 레이스카, WRC 2019 시즌을 위한 야리스 WRC 2019(레플리카) 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언급된 세 번째 프로젝트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가주 레이싱은 86과 수프라에 이은 토요타 스포츠카의 세 번째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가주 레이싱은 일반적인 깔끔히 포장된 온로드 및 서킷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와 달리 오프로드에서 펼쳐지는 더트 레이스 및 WRC는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재미와 그 가치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즐거움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세 번째 스포츠카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그 결과는 컴팩트 AWD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 개발에 있어서는 가주 레이싱의 자체적인 개발이 아닌 WRC 무대에서 토요타보다 더욱 견고한 실적과 명성을 쌓아 올린 스바루와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니 그 조명은 자연스럽게 과거 토요타 WRC를 이끌 던 존재 ‘셀리카’와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선보인 스바루의 ‘WRX STi 랠리 컨셉’에게 쏟아진다. 스바루의 WRC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WRX STi 랠리 컨셉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파워트레인 및 AWD를 이식하고 이를 셀리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킨다면 토요타가 그리는 ‘컴팩트 AWD 스포츠카’가 가장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와쿠도키’
가주 레이싱의 발표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와쿠도키’였다. 과거 토요타는 향후 자동차 디자인 및 개발에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는 자동차’를 언급하며 와쿠도키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86이었고, 다시 한 번 컴팩트 AWD 스포츠카라는 테마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토요타의 세 번째 스포츠카는 어떤 모습으로 데뷔하게 될까?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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