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폭 제도 개선 방안
두 번 이상 땐 유보 사안도 기재… “소송 줄지만 축소ㆍ은폐 늘 것”
경미한 학교폭력은 앞으로 1회에 한 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가 보류된다. 또한 피해 학생이 동의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된다. 현행 학교폭력 처리 결과가 관계 회복과 같은 ‘교육적 해결’을 막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지만 이 같은 개선안이 학교폭력을 축소ㆍ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의 학교폭력 대응절차가 교육적 해결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간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이들끼리는 화해하고 용서했는데 학생부 기재 문제로 학부모들끼리 갈등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많았다”며 제도 개선 취지를 밝혔다.
우선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9개 조치 중 비교적 경미한 1~3호(서면사과 접근금지 교내봉사) 조치에 대해서는 학생부 기재를 유보하기로 했다. 다만 2회 이상 1~3호 조치를 받을 경우에는 유보됐던 이전 조치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재한다. 또 학교폭력 재발 시 가해 학생에게 가중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 해 학폭위 심의건수 약 3만건 중 75%가 주로 언어폭력, 온라인상 괴롭힘과 같은 1~3호 조치에 해당된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학폭위의 결정에 불복한 재심 청구도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피해 학생이 동의한다면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사안을 해결하도록 하는 학교 자체해결제도 도입된다.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보복 행위가 아닐 것이라는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학칙으로 정한 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된 사안에 한해서다. 학교마다 설치하는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원단체와 교육계는 그간 학교폭력 처리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며 개선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교직원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학폭위 위원들이 전문 수사기관이 아닌데 민감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폐해가 많았다”며 관련 법령을 하루 빨리 개정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일회성, 우발적 학교폭력 사안은 무조건적인 처벌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반면 피해 학생, 학부모 쪽에서는 이 같은 개선안이 학교폭력의 은폐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학교폭력 피해자 A(19)씨는 “피해자를 위한다기보다는 소송이나 분쟁으로 일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은 학교가 처벌을 가급적 낮추는 경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번 학교폭력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학생과 학부모, 교원, 일반 시민 2,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가 약화될 것(50.5%)’이란 이유로 학생부 기재 완화에 대한 반대(59.8%)가 찬성(40.2%)보다 많았다. 학교 자체해결제는 찬성(51.4%)이 많았으나 반대(48.6%)와 비슷했다. 반대 이유로는 ‘학교나 가해 학생이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위험(6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